[홍혜민의 B:TS] 2021, 가요계가 원하는 새 얼굴은?

입력
2021.02.19 16:37


편집자주

[홍혜민의 B:TS]는 ‘Behind The Song’의 약자로, 국내외 가요계의 깊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드립니다.

2021년 가요계가 원하는 새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가요계 트렌드 속, 아티스트들은 오늘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대중의 '픽(Pick)'을 받는 아티스트는 극소수뿐이다.

현재 국내 가요계의 트렌드는 '정형성을 탈피한 개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비주얼부터 콘셉트, 노래, 댄스까지 정석처럼 완벽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니즈가 강했다면, 이제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매력을 가진 이들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가 높아진 것이다. 신선하고 통통 튀는 개성에 탄탄한 실력까지 더해진 새 얼굴들이 가요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래퍼 이영지다. 2019년 엠넷 '고등래퍼3'에 출연하며 가요계에 등장한 그는 독보적인 랩 스타일로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심사위원들과 네티즌들은 이영지의 랩 스타일에 "제2의 윤미래 같다"라는 찬사를 보냈고, 이영지는 힙합신의 '루키'로 자리 잡았다.

독보적인 실력에 자신만의 개성이 더해진 랩으로 힙합신에 반향을 일으킨 이영지는 'Z세대' 특유의 솔직하고 '힙'한 매력으로 '대세'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음악과 함께 그의 넘치는 매력을 엿볼 수 있게 한 것은 SNS였다. 2002년생으로 올해 갓 스무 살이 된 이영지는 SNS를 통해 활발하게 팬들과 소통하며 '호감' 이미지를 쌓았다.

'Z세대'의 전형적인 말투와 표현,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그 코드, 유쾌하면서도 개념 있는 그의 SNS 행보는 100만 팔로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10대·20대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은 그는 최근에는 MBC '놀면 뭐하니?-2021 동거동락'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스타'로 발돋움 중이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캠페인 광고의 배경 음악인 '범 내려온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날치 역시 신선하고 개성 넘치는 음악과 퍼포먼스로 대중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8년 결성 이후 판소리와 현대적 팝 장르를 절묘하게 엮어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여 온 이날치는 중독성 넘치는 음악으로 단숨에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모두 합쳐 10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멤버들의 '보증된' 음악적 역량이 더해지며 이날치의 음악은 날개를 달았다.

코믹한 듯 힙한 듯 어딘가 묘한 매력이 넘치는 춤사위와 함께 울려 퍼지는 베이스라인은 판소리의 재해석을 알렸고, 이날치는 '조선 힙스터'라는 별명과 함께 최근 가요계에서 가장 '힙'한 밴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인기는 비단 국내에서만이 아니다. 유튜브를 통해 이날치의 연주 영상 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해외 리스너들 역시 '국악'의 힙한 매력에 열광하고 있다.

최근 화제 속 막을 내린 JTBC '싱어게인'의 우승자인 이승윤 역시 파격적인 편곡과 독보적인 스타일, 개성 넘치는 곡 해석력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주인공이다.

무명 가수로서 '싱어게인'에 도전했던 이승윤은 매 무대마다 예상을 깨는 파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그가 경연 중 선보였던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 무대는 장르를 알 수 없는 독보적인 편곡과 묘한 몸짓으로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에게 '혼돈'을 선사했다. 당시 유희열은 "서태지나 국카스텐이 등장했을 때도 이랬다"라고 그의 센세이션한 음악성을 인정하면서도 "익숙하지 않다. 잘 모르겠다"라는 심사평을 남겼다.

하지만 이승윤 특유의 '익숙하지 않은' 매력이 대중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생소한 무대 탓에 이승윤이 미션에서 패배한 이후, 대중은 그의 신선함에 호응하며 이 같은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 무대에서는 패배했을지언정, 자신만의 개성을 고수한 그는 결국 자기 자신을 '새로운 장르'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성공을 비추어 보건데, 지금의 대중이 원하는 것은 결국 '신선함'이다. 천편일률적인 트렌드에 몸을 담그기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다 넓은 스펙트럼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많은 아티스트들의 지향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노력들이 K팝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또 다른 '새 얼굴'의 등장을 기대하는 이유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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