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8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핵협상 재개를 공식화했다. 이란이 2015년 체결된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ㆍJCPOA)'를 준수하면 미국도 다시 참여한다는 조건부 입장이기는 하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나온 첫 외교 행보다. 그만큼 미국이 이 문제를 중시한다는 방증이고, 이란 난제 해결을 향해 첫 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는 크다.
미국은 또 이날 이란 외교관 입국 제한 완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취했던 이란 제재 복원 요구 철회 등의 유화 조치도 함께 내놨다. 물론 이란의 호응 여부나 복잡한 중동 및 국제 정세 등 이란 핵문제 해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도 여럿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3개국(E3) 외교장관과 화상 회의를 갖고 이란 핵협상 재개 방안 등을 논의했다. 4국은 성명에서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대로 만약 이란이 JCPOA에 따른 약속을 다시 엄격히 준수한다면 미국도 똑같이 할 것이고 이 문제를 끝내기 위해 이란과의 논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과의 외교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언급했다”라는 문구도 들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기간인 지난해 9월 공언했던 내용을 이란 핵협상 원칙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다.
미국과 E3는 우선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을 대폭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까지 상향하겠다는 이란의 엄포에 우려를 표시했다.
동시에 이란에 당근도 제시했다. 먼저 미국은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 외교관의 미국 입국 제한 조치 완화를 통보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이란 제재 복원 주장 철회도 공식화했다.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JCPOA 탈퇴를 선언하고 지난해 9월부터 유엔 제재 복원을 주장하면서 이란을 몰아세웠던 압박에서 압력을 빼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란 관영 IRNA통신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날 “이란은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대가도 없이 조기에 협상판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19일 "미국은 반드시 이란에 부과한 모든 제재를 조건 없이 해제해야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부과됐거나, 재부과 혹은 재표기된(re-imposed or re-labelled) 모든 제재를 미국이 해제한다면 이란은 즉시 보복 조치를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4개월 뒤 이란 대선이 있고,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정치ㆍ군사 지도부가 미국과의 협상 재개를 지지할지는 미지수”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JCPOA 합의 당사국(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독일ㆍP5+1) 중 이날 회의에 빠진 중국, 러시아의 입장도 변수다. 미국과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두 나라가 예전처럼 JCPOA 틀에 선선히 합류할지도 불확실하다. 시아파 이란의 라이벌인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의견 조율이나 이스라엘의 훼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은 기존 JCPOA에 없던 조건을 추가한 상태다. 이날 4개국 회의 성명에도 탄도미사일, 지역 불안정 등을 추가 협상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미국 입장이 담겼다. 이란은 미사일 이야기는 거론조차 어렵다고 반발한다. NYT는 미국의 이란 핵협상 재개를 ‘중대한 움직임’이라고 표현했지만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운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