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코로나 중간숙주, 천산갑 아닌 족제비오소리·토끼 가능성"

입력
2021.02.19 15:50
박쥐→사람 감염의 중간 숙주로 지목
WHO 조사팀, 화난시장서 사체 확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간 숙주’로 지목됐던 천산갑은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코로나19 기원을 찾기 위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찾았던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야생 족제비오소리와 토끼가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WHO 조사팀은 코로나19가 처음 발현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거래된 두 동물이 중간 숙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조사에 나섰다. 조사팀은 시장 냉동고에서 해당 동물들의 사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 족제비오소리는 족제비과(科)에 속하는 포유류로 우한 지역에서 흔히 발견된다. 보호종으로 지정됐지만 식용ㆍ모피용으로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 조사팀 소속 동물학자 페터 다스작 박사는 WSJ에 “족제비오소리 사체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지만 이들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며 “당시 시장에서 거래된 야생 토끼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두 동물은) 우한에 어떻게 바이러스가 전파됐는지를 알아내는 통로”라고 강조했다.

그간 중국 당국은 박쥐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감염 경로의 중간 숙주로 천산갑을 꼽았다. 지난해 2월 중국 화난농업대 연구진은 “천산갑에서 분리한 코로나19 균주(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들의 집합) 유전자 서열이 감염자에게서 검출한 바이러스 서열과 99%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WHO 조사팀 역시 박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시작됐고, 중간 숙주를 통해 인간에 전염됐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천산갑보다는 족제비오소리와 토끼의 전파가 더 유력하다고 본 셈이다.

다스작 박사는 화난시장 야생동물 판매 노점 공급망에 중국 남부 광둥ㆍ광시ㆍ윈난성 야생농장이 포함돼 있는 점도 주목했다. 이들 지역은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바이러스를 지닌 동물들이 국경을 넘어 중국에 진입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WSJ는 “조사팀은 태국과 캄보디아 등 유사 바이러스가 발견된 동남아시아 지역도 조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