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 나토 동맹에 "성급한 아프간 철수 없다"

입력
2021.02.19 08:21
나토 국방장관 회의서 발언
사무총장 "철군 협의 계속"
이라크 파견 8배까지 확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철수를 성급하게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임 정부와 아프간 무장단체 탈레반과의 협상에 따른 철수 시한(5월 1일) 이후에도 주둔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추가 협의가 예정돼 있으나 철수 시한을 연기할 공산은 커졌다.

미 국방부는 18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이날 화상으로 열린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군이 아프간에서 성급하거나 무질서한 철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모든 당사자가 (철군이 가능한) 조건을 준수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미국과 탈레반 간 협정 조건을 철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동맹과 협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회담에서 철군 문제의 최종 결론을 내진 못했으나 미국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철군 시한 연기가 가능하다는 공감대는 확실히 형성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과 폭력사태 감소 등을 조건으로 올해 5월 1일까지 아프간 주둔군을 철수하는 평화협정을 탈레반과 체결했다. 이후 1만2,000명에 달했던 미군은 현재 2,500명으로 줄었다. 동맹국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조치에 나토 측은 우려를 표시해왔다.

아프간에서 미군 조기 철수를 우려했던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나토 동맹국들은 향후 몇 주간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하고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수 연기 시 우리 병력에 대한 폭력과 공격을, 철수 시에는 우리가 얻은 것을 잃을 것을 각오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이미 철수 시한 준수를 압박하며 외국군이 계속 아프간에 주둔하는 경우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번 나토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나토의 이라크군 훈련 임무를 위한 배치 인원을 지금의 500여명에서 4,000여명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나토는 이라크 정부의 요청에 따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막기 위한 이라크 병력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훈련 활동을 확대하고 그 범위도 수도 바그다드 밖으로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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