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대한 불만으로 수차례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민정수석이 18일 휴가를 떠났다. 물러날 뜻을 접지 않았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신 수석의 휴가를 "숙고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숙고'의 끝이 '복귀'이기를 바라며 신 수석을 붙잡고 있다. 신 수석과 대척점에 섰던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공개 사과했다. 22일 청와대로 출근할 때, 신현수 수석은 어떤 답이든 내놓아야 한다. 그의 결정은 무엇일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신 수석이 오늘 아침에 출근했고, 오늘과 내일 이틀간 휴가원을 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숙고의 시간'을 갖고 월요일(22일)에 출근할 예정"이라며 "아마 그때는 어떤 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수석이 휴가를 가면서 '22일까지 결단을 내리겠다'고 약속했을 가능성이 크다.
신 수석에겐 주말까지 나흘의 시간이 있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의 수차례 만류에도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는 게 주변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신 수석은 당초 민정수석을 맡으려는 마음이 없었다. 떠나는 것도 미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의 표명 파동을 일단락 짓고 복귀하기 위해 쉬어 가는 모양새를 택했다는 관측도 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돌아오라'는 얘기를 거부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수석은 노무현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에게 신임을 받은 이후 깊고 오랜 인연을 쌓았다.
청와대는 신 수석 마음을 돌리려고 애쓰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충분히 숙고하고 본래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고위 참모가 공개적으로 이처럼 말한 건 사실상 문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가 "박범계 장관이 인사를 강행한 측면이 있다"고 밝힌 것도 신 수석의 '면'을 세워주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박 장관도 사과했다. 박 장관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 사의 표명에 대해 참으로 제 마음이 아프다. 민정수석으로서 문 대통령을 함꼐 보좌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노심초사하는 건 신 수석이 끝내 돌아오지 않으면 문 대통령 리더십이 치명적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레임덕 현상 중 하나가 청와대에서 내분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수석이 끝내 물러나면, 이를 '휴전 종료'라고 읽은 검찰이 당청이 주도하는 검찰개혁 과정에서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