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1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충격적인 내용은 코로나19가 막 퍼지면서 1차 대유행을 불러온 작년 상반기만 집계한 결과라는 사실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기대수명 추정 연구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미국인 전체 평균 기대수명은 77.8년으로 2019년 78.8년에 비해 1년 줄었다. 기대수명은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뜻한다. 로버트 앤더슨 CDC 통계 감독관은 “이것은 엄청난 감소”라며 “제2차 세계대전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이 추정치도 부분적 자료에 근거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간 사망자 통계가 더 반영되면 숫자는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미국에선 역사상 처음으로 300만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직접 사망뿐 아니라 심장병과 암, 기타 질병의 악화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암 전문의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 오티스 브롤리 박사는 “기대수명 감소는 우리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잘못 대처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인종 간 기대수명 격차를 더 벌려놨다. 백인은 기대수명이 0.8년 감소해 78세였던 반면, 히스패닉은 1.9년 감소한 79.9세, 흑인은 무려 2.7년 감소한 72세로 나타났다. 백인에 비해 히스패닉과 흑인이 각각 2배, 3배 더 많이 감소한 것이다. 히스패닉은 여전히 가장 장수하는 집단이지만, 흑인은 백인보다 기대수명이 6년이나 적다. 1993년 이후 줄어들던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캘리포니아대학 건강평등연구원인 커스틴 비빈스 도밍고 박사는 “흑인과 히스패닉은 백인에 비해 저임금 일자리를 갖고 있고 바이러스 전파가 쉬운 거주 환경 속에서 건강 불평등을 겪고 있다”며 “백신을 평등하게 보급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소수 인종 보호를 경제구제책에 포함시키는 등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