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위안부=매춘부' 주장, "친일파 결성한 日로비 성과"

입력
2021.02.20 20:00
호사카 유지·이영채 교수가 전하는 日로비의 뒷면
개인 포섭→친일 인사 그룹화, 교류 활성화도
전범기업 미쓰비시, 하버드대에 200억원이상 투자
日재단, 1년에 美에 6,000억원·韓에 600억원 투입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라고 주장한 논문으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램지어 교수는 위안부뿐 아니라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자경단의 조선인 학살도 부정했죠.

심지어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대해 "학문의 자유에 포함돼 문제가 없다"며 그를 옹호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의 많은 학자들이 '엉터리·비양심적 논문'이라고 비판한 논문을 미국 명문대 총장이 두둔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위안부 피해는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고 충분히 입증된 사안인데, 학자가 편향적이면서 역사에 반하는 주장을 펴는 게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들이 학자의 양심을 버리고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건 결국 돈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이 하버드대에 쏟아부은 돈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일본의 로비력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학자는 역사와 진실을 부정하고 총장은 이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걸까요.

한일관계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CBS 김현정의 뉴스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TBS 명상시사 이승원입니다)의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하버드대 총장, 큰 돈 날아갈까 램지어 비판 못했을 것"

램지어 교수의 매춘부 주장은 일본 기업의 든든한 지원 아래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그의 직함이 모든 걸 말해 줍니다. 하버드대에서 램지어 교수에게 부여한 직함'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Mitsubishi Professor of Japanese Legal Studies)'입니다. 일본 제국주의를 지탱한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와 관련이 있다는 뜻인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석좌교수라고 보면 됩니다. 즉 기업이나 특정 단체의 지원을 받은 대학이 교수직을 만들어준 것이죠. 램지어 교수의 월급과 연구비를 미쓰비시가 냈다고 보면 됩니다. 램지어 교수는 1998년부터 23년째 하버드대에서 미쓰비시 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그런데 미쓰비시가 지금까지 하버드대에 지원한 돈만 20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호사카 교수는 "초기에 100만달러(약 10억원)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통해 1972년에 (교수) 자리를 만들었다"며 "그 이후 계속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략 200억원 넘게 지원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바카우 총장이 램지어 교수를 두둔한 건 미쓰비시가 램지어 교수 등 하버드대 교수들에게 보낸 돈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호사카 교수는 주장합니다.

그는 "하버드대 총장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안 된다고 하면 오히려 수익이 날아가 큰일이 난다"며 "하버드대가 (램지어 교수에게 간 기부금의) 10~20%를 가져간다. 이 돈으로 학교 내 여러 연구 사업에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버드대뿐 아니라 수많은 미국 명문대가 일본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영채 교수는 "밝히면 밝힐수록 일본 기업의 명문대 기부는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를 '재팬스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일본의 기부금을 통해 일본으로 연수를 오고, 기부금으로 정치 활동을 한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기부금으로 미일관계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그 역사가 깊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곳곳에 친일 인사 심는 日의 치밀한 전략

미쓰비시의 로비력은 일본의 싱크탱크인 사사카와재단(일본재단)에 비교하면 애교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미국에만 연간 6,000억원 정도 투입하는데 (재단) 사람들이 가진 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사사카와재단의 성격입니다. 미국을 상대로 강력한 로비를 추진한 게 A급 전범인 사사카와 류이치인데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의 감방 동료입니다. 기시 노부스케 역시 A급 전범입니다. 두 사람 모두 일본의 극우 정치를 지탱해 온 대표적인 인물이죠.

램지어 교수는 사사카와재단과 깊게 관련돼 있다고 호사카 교수는 설명하는데요. 램지어 교수는 사사카와재단이 미국에서 운영한 '일본학자문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3년 동안 활동한 인사입니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에서 자란 걸로 알려졌습니다. 2018년에는 일본 정부의 훈장인 '욱일중수장'을 수상했는데요. 이는 해외에 일본 문화를 알린 인물에게 주는 정부 훈장입니다.

일본이 이처럼 로비에 상상을 초월하는 돈과 시간을 쏟는 건 세계 곳곳에 '친일 인사'를 심어 놓으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 침략국가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국제관계를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죠.

호사카 교수는 사사카와재단이 미국에 로비를 집중하게 된 데 대해 "일본은 패전 국가였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놔두면 미국의 노예가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며 "사사카와나 다른 일본 재단은 일본의 과거 만행을 덮으려는 게 큰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로비를 통해 각국의 전문가들을 일본에 우호적이게 만든 뒤 친일 그룹을 만들어 운영한다고 합니다. 일본 쪽에 포섭된 친일 인사들끼리 서로 교류하게 만들어 친일파 그룹을 더욱 단단한 조직으로 만드는 게 일본의 전략입니다.

호사카 교수는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건, (한국에서) 친일인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도 있다"며 "처음에는 15명 정도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거의 1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유명한 사람들이 이곳에 참여한다"고 말했습니다.

호사카 교수가 말한 이 내용은 한국의 사례인데요.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 사례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매우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사카와재단이 한국에 친일 인사들을 관리하기 위해 매년 600억원을 투입한다고 호사카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친일 전략, 아베 집권 이후 정부 예산으로 체계화 돼

일본의 막대한 로비는 아베 전 총리가 2차 집권한 2012년 이후 한층 체계적이고 강화됩니다. 아베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의 뜻을 이어받고자 정치를 한다는 아베 전 총리이기에, 로비를 바탕으로 극우 인사를 심고 극우 정치를 확대하려는 계산이죠.

이 교수는 "아베 정권이 등장한 2012년 이후 일본 외무성은 대외적으로 역사인식을 불식시키고 전쟁 문제를 돌리기 위해 해외 전략을 썼다"며 "2014년 일본 외무성이 전략적 대외홍보비용이랑 이름으로 500억엔(약 5,200억원)을 썼는데, 이걸 정기적으로 계속 지출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외무성 대외홍보비용 지출 문서에는 '친일, 지일파 인재를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관련 연구기관에 돈을 쓰고 일본 유학을 알선한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로비가 일본 정부의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죠.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일본이 일제강점기 때 저질렀던 악행들이 미화된 것도 이 시기인데요. 군함도(하시마) 등 근대산업혁명 유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건 2015년 입니다. 일본은 이를 통해 군함도 조선인 강제 노역 사실을 지워나갔죠.

이 교수는 "2014·2015년 이 시기를 보면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가 있었고, 일본이 안보법제를 형성해 전쟁 이미지를 불식하고 미국과 함께 글로벌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며 "또 이 시기에는 일본의 전범기업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일본 정부가 이런 국제적인 전략을 빨리 아주 조직적으로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대외적 전방위 전략은 민간 기업이나 학술 단체가 해왔는데, 외무성이 정부 예산으로 본격적으로 국제교류 지원을 하는 건 아베 정권 때 생긴 특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호사카 "일본 측, 나도 포섭하려고 몇 차례 접근"

일본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친일파 포섭을 위해 치밀하고 분주하게 움직인다고 합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은 (일본 입장에서) 더욱 듣기 좋은 말을 많이 하도록, 불리한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은 그들의 생각을 바꿔놓기 위해 조직을 꾸려 움직인다는 게 호사카 교수의 설명입니다.

그는 "일본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논문이 뜨면 바로 찾아낸다. 예산을 따로 둬 모니터링을 한다"며 "불리한 논문이나 주장이 나오면 바로 찾아내 접근한 다음 자기 편으로 포섭(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람이 포섭이 가능한 사람인지 아닌지 먼저 결정한다"며 "계속 교제하면 일본 쪽에 올 것인지 (계산부터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본 측은 호사카 교수를 포섭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호사카 교수는 전했습니다. 그는 "저한테도 어느 정도 접근했는데, 저는 포기한 것 같다"며 "접근한 구체적인 사례를 알지만 말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정부도 로비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는데요. 그의 말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미국 의회나 행정부, 언론사에 벌인 로비 중 확인된 것만 3,500건이라고 합니다. 일본 정부가 로비회사에 건넨 계약금만 200억원이었다고 합니다.


"바이든 美대통령도 日로비 받았다는 얘기 있다"

호사카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바이든 행정부 중 상당수가 일본 측의 로비를 받은 인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에 영입된 커트 캠벨 전 국무부 차관보는 친일파로 굉장히 유명하다"며 "단순히 일본을 좋아하는 건지 실제 로비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제했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다만 "(이런 인사가) 바이든 정부에 꽤 많다고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그런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