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교과서 학술용어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지면 통일 시대 민족 공동체의 소통 그리고 학문과 교육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지혜 총합은 어느 하나의 언어에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언어도 단독으로는 인간이 이루어낸 모든 형태, 모든 수준의 이해를 나타낼 능력이 없다’는 에즈라 파운드(미국 문학평론가)의 말은 남북한의 여러 지역어는 물론이고 남북한의 학술용어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학문 초심자인 학생들에게 학술용어는 개념의 핵심을 해치지 않는 한 되도록 쉬운 것이 좋다. 남측 용어 ‘오프사이드 포지션’에 비해 북측 용어 ‘공격어김위치’는 개념을 단박에 이해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리베로<자유방어수’, ‘드리블링<공몰기’에서도 뒤쪽 북측 용어가 의미 투명성이 더 높다(아래 대응 예도 뒤쪽이 북측 용어임).
‘상감청자’를 ‘무늬박이청자’로, ‘채도’를 ‘색맑기’로, ‘농담(濃淡)’을 ‘짙음새’로 표현할 때, 교사와 학생 모두 개념에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다. ‘아코디언’, ‘멜로디언’에 대해 ‘손풍금’, ‘입풍금’이라고 계열성을 갖춰 명명한 것도 조어법상 흥미롭다.
복수의 학술용어 중 교육에 더 적합한 용어를 몇 가지 기준(의미 투명성, 간결성, 고유성, 친숙성 등)에서 선정하는 작업은 각 분야 전문가들과 국어학자들의 협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남북의 학술용어들을 단일화 대상으로만 보는 관점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에즈라 파운드의 시각처럼, 인간의 지혜 축적량을 늘릴 공동의 언어 자산으로 보는 관점이 이 시대에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