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北해커 3명 기소… 1조4000억원 규모 해킹 혐의

입력
2021.02.18 04:20


미국 법무부가 북한 해커 3명을 기소했다. 전 세계 은행과 기업을 상대로 해킹 작업을 벌이고, 13억달러(약 1조4,300억원)가 넘는 현금과 암호화폐(가상자산)를 빼돌린 혐의다.

미 법무부는 17일(현지시간) 대규모 해킹 및 13억달러 상당의 돈과 암호화폐를 가로챈 혐의로 북한 해커 3명을 지난해 12월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전창혁(31) 김일(27) 박진혁(36)으로 알려졌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각국 은행간 사용하는 국제금융전산망(SWIFTㆍ스위프트)을 해킹해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대만 멕시코 몰타 아프리카 등의 은행에 침입해 12억달러 이상을 훔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게 미 정부의 주장이다.

법무부는 또 이들이 2017년 12월 슬로베니아 암호화폐 업체에서 7,500만달러, 2018년 9월 인도네시아 암호화폐 업체서 2,490만달러, 지난해 8월 뉴욕의 한 은행에서 1,180만달러 등 수천만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도용했다고 봤다.

공소장에는 이들이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여러 개의 악성 암호화폐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배포한 혐의도 적혔다. 앞서 2017년 5월 전 세계를 강타한 ‘워너크라이’ 악성코드 공격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너크라이는 감염된 컴퓨터를 모두 암호화하고 비트코인을 내야만 암호를 풀어주는 랜섬웨어 공격으로, 당시 백악관은 북한을 배후로 지목했다.

특히 박진혁은 2014년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더 인터뷰’의 제작사인 소니픽쳐스를 해킹한 혐의를 받아 2018년 미 정부에 기소됐다. 이는 미국이 북한 공작원을 상대로 처음 기소한 사례다. 박진혁은 이외에도 2016년 8,100만달러를 빼내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2016,17년 미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해킹을 시도한 혐의도 받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움직임은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금융 사이버절도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우선 로스앤젤레스 법무부와 미 연방수사국(FBI)은 해커들이 뉴욕 소재 은행에서 훔쳐 2곳의 암호화폐 거래소에 보관 중이던 190만 달러 규모 암호화폐를 압수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 받았다. 당국은 이 화폐를 은행에 반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법무부 관계자는 한 캐나다계 미국인이 이들이 빼돌린 돈을 세탁해준 혐의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존 데머스 미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총 대신 키보드를 사용하고 현금자루 대신 암호화폐를 훔치는 북한 요원들은 21세기 세계 최고의 은행 강도”라고 비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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