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리호' 음악 녹음에 참여한 유명 지휘자 아드리엘 김이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관객들에 당부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지난 5일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돼 주목 받은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는 한국 최초의 우주 배경 SF 블록버스터다. 이 작품은 해외 28개국에서 1위, 80개국 이상에서 TOP 10순위에 들며 단숨에 해외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국내외 관객들은 무엇보다 풍성한 볼거리에 감탄했다. 제작진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시대와 국가의 특징을 담은 200여 개의 청소선을 디자인했고, NASA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ISS 우주정거장을 참고해 광활한 우주 공간을 창조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모션 캡처로 완성된 업동이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모션 캡처는 '반지의 제왕' '아바타' 등에서 돋보였던 기술로, 국내에서는 업동이를 연기한 배우 유해진이 최초로 모션 캡처 연기와 목소리 연기를 동시에 소화해냈다.
'승리호'의 모든 것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본지는 음악 지휘를 맡은 아드리엘 김을 인터뷰했다.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한 뒤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지휘자로 꼽힌다. '승리호' 음악 연주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이하 아드리엘 김과 일문일답.
-'승리호' 참여 계기가 궁금하다.
△클래식을 지휘하는 지휘자로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영화음악은 늘 도전해보고 싶었던 장르였다. 마침 '승리호' 음악 편곡자의 추천으로 김태성 음악감독을 소개받아 지휘자로 합류하게 됐다. 특히 녹음에서 연주를 맡았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악단이다. 개인적으로 '승리호'는 절대 놓치고 싶지않은 프로젝트였다. 내 인생 첫 영화음악 녹음이라 살짝 긴장이 된 것도 사실이다.
-'승리호' 관람 소감은?
△깜짝 놀랐다. 그동안 '어벤져스'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 솔직히 영화를 보기 전에는 기대치가 그리 높다고 할 순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역대급 CG와 할리우드 SF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퀄리티에 감탄했다. 광활한 우주에서 속도감있게 펼쳐지는 액션신도 훌륭했고 서사 속에 인물들의 케미도 너무 좋았다. 이 영화를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아쉬웠다.
-지휘할 때 어떤 부분을 특히 신경썼는가.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답게 웅장한 사운드를 구현해내는 일이다. 김태성 음악감독은 영화의 특성을 고려해 리허설 기간 내내 좀 더 우렁찬 금관악기 소리를 원했다. 이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서정적인 현악기군은 송중기의 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 '따뜻함'이 묻어나는 소리를 지향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나 신(scene)을 고른다면?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메인 음악 테마가 '승리호'의 진취적인 활극과 멋지게 들어맞는다. 드라마틱하게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메인 테마는 언제나 짜릿하다. 영화 속에 기억에 남는 신들이 많았는데 특히 꽃님이와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따뜻했다. 또 업동이가 작살로 악당을 무찌르는 장면을 비롯한 전쟁신은 박진감 넘쳤다.
-'승리호' 관객에 당부하고 싶은 말.
△광활한 우주 속에서 펼쳐지는 완성도 높은 역대급 그래픽은 역시 이 영화의 백미다. 이 화려한 블록버스터의 내러티브를 도와주는 음악 또한 귀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다. 지구로 낙하하던 승리호가 극적으로 다시 엔진을 가동하며 힘차게 우주로 솟아오르는 장면에 등장하는 메인 테마는 멋진 신을 훌륭하게 완성시킨다. 한번 귀 기울여 들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