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로 서열화 해소? 교사·학교별 '질' 차이는 어쩌나

입력
2021.02.17 18:30
12면
교총 "교사 수급, 제도 안착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



17일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추진 종합계획을 내놓자마자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도 대학생처럼 각기 다른 시간표에 맞춰 이동하면서 수업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가장 큰 우려는 지역별 사정에 따라 고교 수업의 질이 균등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선택과목 전반에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내신 부풀리기’가 만연하면서 변별력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사, 학교별 역량 차이 어쩌나

이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면 고교 서열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별 차이가 아니라 과목별 차이이니 학교 서열화와 무관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과목별 차이도 결국 고교별 차이일 수밖에 없다.

이날 교육부가 시범운영 사례로 든 서울의 한 고교는 인근에 있는 서울대, 중앙대와 협력해 ‘국제경제’,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등의 교과목을 선보였다. 인근에 일정 수준의 대학이 없는 고교는 애초에 만들 수 없는 교과목인 셈이다. 과목별로 적정한 수업을 기획해낼 교사들의 역량 또한 중요해진다. 학교의 위치, 지역의 형편 등에 따라 학교별로 질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교육인프라가 탄탄한 지역이 더욱 유리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사 수급이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라며 “충분한 교사 확보와 시설‧인프라 확충에 대한 특단의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신 부풀리기'도 막아야

선택과목 전체에 석차 표기가 폐지되면 ‘내신 부풀리기’가 만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총이 4~7일 고교 교원 2,3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1.7%(복수 응답)가 성취평가제 단점으로 ‘변별력 확보의 어려움’을, 52.9%는 ‘내신 부풀리기 현상’을 우려했다.

교총은 “교육부도 내신 부풀리기 문제를 의식해 성취도 외에 원점수, 성취도별 학생비율, 과목 평균, 수강자 수 등 최대한 관련 정보를 모두 제공키로 했다"면서도 "학생평가는 대입과 직결돼 공정하고 신뢰도 높은 평가를 위한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교 첫 1년, 과열경쟁할 수도

변별력 확보를 위해 공통과목을 주로 배우는 고교 1학년의 경우 학점과 석차등급을 함께 표시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 이 때문에 1학년 성적에 모든 것을 거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1 상대평가 내신을 잘 받은 학생은 고2·3 선택과목도 충실히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본격 수능 준비를 하거나 검정고시를 위한 자퇴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고1 공통과목 내신 경쟁을 위해 내신 선행학습 열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로도 연결된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