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옛 충남도청사 향나무울타리 무단으로 베어내 물의

입력
2021.02.17 16:10
소유주 충남도·문체부에 허락도 안받아
50~80년생 170그루… " 역사의식 부재" 비판


대전시가 등록문화재 18호인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상징 중 하나인 향나무 담장을 소유자 허락도 받지 않고 자신들의 사업수행을 위해 무단으로 베어 내 물의를 빚고 있다.

17일 대전시와 충남도 등에 따르면 대전시는 지난해 5월부터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시설 설치를 위한 시설개선 목적으로 옛 충남도청사 중구청쪽에 심어진 50~80년생 향나무 울타리 170그루를 베고 일부는 양묘장으로 옮겨 심었다.

문제는 옛 충남도청사 건물이 대전시 소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건물은 충남도가 2012년 내포 신도시로 이전하면서 현재 대전근현대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802억원에 사들여 잔금 71억원을 치르면 소유권이 충남도에서 정부로 이전될 예정이다.

대전시는 지난해 6월 충남도에 소통협력공간 조성을 위해 시설물 철거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충남도로부터 "소유권이 이전될 예정이니 문체부와 협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시는 공사전 문체부와 이와 관련 협의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지난해 12월 '옛 충남도청사 담장 안전성이 우려된다'며 공사관련 협의를 요청했다.

뒤늦게 향나무 담장 훼손과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에 대한 공사를 파악한 문체부는 대전시에 지난 4일 공사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아직까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충남도도 지난 15일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공문을 대전시에 전달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도청 이전을 하면서 역사성을 갖고 있는 향나무도 갖고 가고 싶었지만 옛 도청사 경관과 대전시민들을 위내 남겨 놓은 것"이라며 "세입자인 대전시가 주인허락도 없이 훼손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황당해 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도 논평을 통해 대전시의 역사의식 부재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시민 누구도 대전에 남겨진 역사적 유산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무엇을 들여도 좋다고 허락한적 없다"며 "시가 지켜내야 할 문화유산을 앞장서 망가뜨렸다"고 비판했다.

대전시는 시민소통 공간 마련에 필요한 장애와 시민안전을 위해 공사를 진행한 것이 논란을 일으키자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규원 시민공동체국장은 "문체부의 공문에 따라 공사를 중지한 상황"이라며 "베에낸 나무를 원상복구하기는 어려운 만큼 문체부 등과 문제해결을 위한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허택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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