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동안 전기사용량이 ‘0’인 걸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70대 독거노인의 생명을 구했다.
17일 경기 양주 옥정동 행복주택 3단지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전날 이창우(57) 소장과 김정욱(50) 관리과장은 이 아파트에 사는 이모(79) 할아버지가 며칠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날 오전 “이 할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사회복지사의 전화까지 있었던 터, 이들은 곧바로 이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을 맡은 이 아파트에는 설 연휴 직후라 재활용품 처리 등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두 사람은 이 할아버지의 행적부터 찾아 나섰다. 얼굴을 알고 있어 먼저 폐쇄회로(CC)TV를 통해 할아버지의 동선을 파악했다. 하지만 바깥출입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이들은 원격검침 시스템을 체크했다.
지난 12월 오후 3시부터 이날까지 나흘 동안 이 할아버지가 사용한 전력과 난방 사용량은 전무했다. 집 안에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이들은 지체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은 곧바로 당직이던 오세진(45)씨에게 전달됐고, 오씨는 오후 9시 40분쯤 할아버지 집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현관문을 뜯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마침 문은 열려 있었다. 캄캄한 집 내부는 찬 공기로 가득했다. 거실 불을 켜니 어둠 속에서 바닥에 누워 있는 이 할아버지 모습이 드러났다. 오씨는 “목욕탕에서 갓 나온 것처럼 옷을 걸치지 않은 채 쓰러져 계셨다”며 “입에 거품을 문 채 의식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언제 쓰려졌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 오씨는 즉각 119에 도움을 요청하고 상황실 요원의 안내에 따라 응급조치를 취했다. 이 할아버지는 이어 도착한 구급차로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의식을 되찾았다.
관리소 직원들은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평소 전기 사용량으로 취약계층 가구의 특이 사항을 살피던 터라, 이 할아버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도 이들의 세심하고 신속한 대처에 박수를 보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당시 할아버지는 호흡도 불안하고 의식 장애도 있던 상태라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며 “사회복지사와 관리사무소의 신속한 공조가 빛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