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총장 "위안부=매춘부 주장, 학문의 자유" 논란 가열

입력
2021.02.17 14:00
바카우 총장, 반크 항의 서한에 답변
반크 "흑인 노예제·나치 두둔도 같나" 반박
램지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도 부정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라고 규정해 공분을 사는 가운데,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이 "학문의 자유에 포함되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고 반크가 17일 밝혔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철회시키고 대학 차원에서 규탄을 요구하는 항의 이메일에 바카우 총장이 이 같이 답변했다고 전했다.

바카우 총장은 이어 "대학 내에서 램지어 교수가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한 것도 학문의 자유에 포함된다"며 "논쟁적인 견해가 우리 사회 다수에게 불쾌감을 줄 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그 개인의 의견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교수, 학생들 사이에서 비판 쏟아져

그러나 바카우 총장의 설명과 달리 하버드대에선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버드대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카터 에커티 교수는 "경험적, 역사적, 도덕적으로 비참할 정도로 결함이 있는 논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아 펠드먼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만 봐도 (일본군과 위안부 여성의) 경제적 관계는 우리가 보통 '노예제'라고 부르는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며 "이는 두 행위가, 혹은 기관 사이의 거대한 힘의 불일치를 활용하도록 설계됐다"고 비판했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인 '더크림슨'은 앞서 7일(현지시간)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학생들의 비판과 청원이 어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KAHLS)는 논문의 부정확한 표현들을 지적하며 "인권 침해, 전쟁 범죄에 의도적인 삭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바카우 총장에게 항의 서한 다시 보낸 반크

박기태 반크 단장은 바카우 총장에게 재차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 박 단장은 항의 서한에서 "바카우 총장은 하버드대 교수 중 흑인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연구나 독일 나치를 두둔하는 논문을 써도 과연 똑같은 답변을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반크는 항의 서한과 함께 세계 최대규모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아르지'에 올린 램지어 교수 논문 철회 요청 청원에 호응한 96개국 1만600명의 명단도 보냈다.

램지어 교수는 다음 달 국제 학술지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우 앤드 이코노믹스'에 '태평양전쟁 당시 성(性)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논문에서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은 물론, "위안부는 일본 정부나 일본군이 아닌 모집 업자의 책임", "위안부는 돈을 많이 벌었다"고 주장했다.

램지어 교수는 또 2019년 6월에 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며 당시 일본의 경찰력 사용이 정당하다는 내용의 논문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문은 8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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