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 때문에 자다 깼습니다. 중국 기업은 정말 믿고 걸러야 하는 건지. 날벼락 맞았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기업 이항(Ehang) 주가가 전장 대비 62.69% 폭락했다. 주식정보가 오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 기업에 적지 않은 돈을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한탄이 속출했다. 지난 12일 124달러에 마감했던 주가는 이날 46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500% 가까이 폭등하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2의 테슬라"라고 불리기도 했던 이항에 이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중국 광저우에 본사를 둔 도심항공운송수단 기술 기업으로 알려진 이항홀딩스는 드론 제조업체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엔 자율주행 에어택시 개발로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한 행사에서 이 드론 택시가 한강공원 위를 시범 비행하기도 했다. 미래형 기술에 글로벌 투자가 몰리면서 지난해 2월 주당 11달러 선에 불과했던 주가는 지난 15일 기준 124달러까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1년 새 주가 상승률이 1,028%에 달한다.
그런데 16일 글로벌 투자정보 업체인 울프팩리서치는 'A Stock Promotion Destined to Crash and Burn'(추락할 수밖에 없는 이항의 주가 폭등)이란 제목의 33쪽짜리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항의 제품 제조부터, 생산, 매출, 사업 계약 등에서 조작과 허위가 발견됐다는 게 리포트의 골자다. 울프팩리서치는 "이항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출을 허위로 부풀렸고 자사의 제품과 매출, 파트너십 등 주요사업에 관해 거짓말을 지속해왔다"고 주장했다.
이항과 계약을 맺은 쿤샹이란 업체 등을 직접 탐방한 결과 "쿤샹은 이항과 4억6,500만 달러(약 5,100억원)의 판매 계약을 체결하기 불과 9일 전에 설립된 곳"이라며 "쿤샹의 홈페이지상 주소 역시 쿤샹과는 관계가 없는 호텔이거나 실제론 11층 건물의 13층이라고 적혀있다"라고 했다. 사실상 실체가 없는 기업이란 게 울프팩리서치의 주장이다.
리포트는 "광저우에 있는 이항 본사에도 드론택시 등을 생산하기 위한 기초 라인이나 설비 등이 부족했고 최소한의 보안시설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리포트로 주가가 폭락하자 이항에 베팅해 온 국내 투자자들,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불안도 커진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하는 국내 투자자의 이항 주식 보유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5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 6,088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는 국내 투자자의 보유 해외 주식 중 상위 10위에 해당한다.
서학개미들은 "중국 기업은 믿고 거르라던 말을 들었어야 했다" "기업 자체가 사기, 조작이라는 건데 충격적이다" "상장 폐지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이항 측에 공매도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구하는 이메일을 보냈으나 즉각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