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금지한 '대법원 앞 김명수 규탄집회' 법원이 허용

입력
2021.02.17 00:00
경찰, 시민단체 신청 집회 금지 처분 
"법관 직무상 독립에 영향 미칠 우려"
법원은 "집회 금지는 회복 어려운 손해"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규탄 집회를 금지한 경찰 조치에 일선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해당 집회가 열려도 법관 독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박형순)는 16일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이 "대법원 앞 집회를 금지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서울 서초경찰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자유연대는 서초경찰서에 대법원 입구 좌·우측 인도 100m 구간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규탄하고 근조화환 500개와 현수막 50여장을 전시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지난 4일 경찰에 신고했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탄핵을 언급하며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던 순간의 두 사람 간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된 날이었다.

경찰은 자유연대 측에 집회 개최를 금지한다고 통보하면서 "법관의 직무상 독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각급 법원 청사 경계로부터 100m 내외 장소에서 열리는 집회는 '법관이나 재판관의 직무상 독립이나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2018년 헌법재판소에서 100m 이내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했던 당시 집시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예외적으로 집회를 허용할 여지가 생겼다.

재판부는 "대법원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우려가 없는 집회까지도 원천적으로 금지하면, 신청인(자유연대)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자유연대 손을 들어줬다. 이어 "집회의 목적과 방법을 고려할 때, 구체적 사건의 재판 또는 법관의 구체적 재판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집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법원 좌·우 인도 20m 내에서 9명 이내 인원이 참가하는 경우 집회를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집회를 중단하고, 참가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단서조항으로 달았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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