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못 누린 20학번 위해 ‘헌내기' OT 열어준 서울대

입력
2021.02.16 21:30
코로나19로 입학식도, 오리엔테이션도 경험 못해
강의마저 비대면이라 캠퍼스도 못 밟아 본 20학번
서울대 자연대, 뒤늦게나마 대면 환영행사 열어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이 16일 2학년에 진학하는 20학번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뒤늦은 입학환영 행사(오리엔테이션)를 열었다. 지난해 입학한 20학번 학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새내기'로서 누려야 할 각종 혜택과 경험을 누리지 못한 불운의 학번으로 통한다. 입학식이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물론, 강의마저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환영 행사는 '코로나 학번'의 애환을 위로하기 위한 특별 조치였다.

서울대뿐 아니라 전국의 20학번들은 대학생이면서 대학에 갈 이유가 거의 없었던 불운의 학번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날 오리엔테이션에서 ‘캠퍼스에 와 본 사람이 있느냐’는 교수의 질문에 30여명의 참석 학생 전체가 손을 들지 못했다. 21학번 후배까지 생긴 어엿한 ‘헌내기(새내기와 대비되는 재학생을 지칭하는 말)’인데도 이날 오리엔테이션이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내용으로 채워진 이유다.


뒤늦은 '헌내기' 오리엔테이션은 학생들이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고 서로 교류하는 것 역시 학문을 공부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대학측의 인식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최희정 학생부학장은 “학생들도 (학교에 올 수 있는 기회를) 너무 원했고, 다른 학년도에 입학한 학생들이 누린 경험에서 20학번만 소외되는 것이 안타까워 자리를 마렸했다”고 말했다. 행사는 자연대에서 매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온 기질 및 성격 검사를 시작으로 교수진과 단과대학 소개, 코로나 심리특강 등 순서로 진행됐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대면 집합 행사인 만큼 방역수칙은 철저히 지켜졌다. 참석자들 사이에 두 자리를 비워뒀고, 학생들에게 제공된 기념품 꾸러미에는 행사 중에도 수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손 소독제가 포함돼 있었다. 1회 참석 인원을 50명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이날 행사를 진행한 수리과학부·통계학과·물리천문학부·화학부 외 생명과학부·지구환경과학부는 오는 금요일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서울대 자연대는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20학번과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다음주에 21학번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재학생 중 일부만 참여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 오리엔테이션은 신입생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5일간 나눠 진행한다.





이한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