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댁에만 계시느라 힘드신 할머니·할아버지, 힘 내세요. 비대면 상황 때문에 직접 찾아뵙지 못하고 전달을 부탁드린 점 죄송합니다.”
설 연휴 전날인 지난 10일 충북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한 10대 소년이 지역 노인들을 위한 선물과 함께 놓고 간 편지 내용이다.
이날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소년은 쌀 20포대와 라면 20상자를 기탁한 뒤 도망치듯 사라졌다.
소년은 20통의 편지도 남겼다. 각 편지에는 자신이 직접 찍었다는 꽃사진과 함께 어르신들의 코로나 극복을 응원하는 글귀를 담았다.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은 이 소년이 3년 전부터 매년 익명으로 기부를 하고 있는 학생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학생은 초등학생이던 2018년 12월 이 센터에 솜이불 20채를 기부했다.
당시 이 학생은 “장학금과 용돈을 아껴 이불을 샀다. 이웃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나셨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남겼다.
지난해 6월에는 마스크와 컵라면 1박스, 간편식 쌀 1세트를 각각 담은 선물 꾸러미 15개를 이 센터에 기탁했다.
동봉한 손 편지에는 “마스크 사기가 너무 어렵다는 외할머니 말씀을 듣고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라고 썼다.
노희경 연수동장은 “‘익명의 기부 천사’는 올해 중학교 2~3학년쯤 된 학생으로 추정된다”며 “기부는 여유있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편견을 기분좋게 무너뜨린 어린 학생의 선행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수동 행정복지센터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지역내 홀몸 노인 등에게 기탁 물품을 전달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