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10시쯤 부산의 번화가 중 하나인 부산 서면의 도시철도 역 부근.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첫날인 이날은 서면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사람만 붐볐던 지난 주와 달리 내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이제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친구를 만날 수 있어 시내로 나왔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존 2단계에서 1.5단계로 완화되자 지역 상권에 활기가 돌았지만 불만과 걱정도 교차했다.
이날 서면에서는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길거리를 다니거나 술집이나 식당 등을 나와 노래방 등으로 ‘2차’나 ‘3차’를 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 음식점 주인은 “손님 없이 문을 닫아야 할 시간에 많지는 않지만 손님들이 찾아오니 정말 반가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주점에 있던 손님 김모(36)씨는 “오후 9시가 넘으니까 ‘집에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응이 안된다”는 말도 했다.
비슷한 시각 해운대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해운대의 한 주점 사장 박모(52)씨는 “지난 주나 지난 달과는 확실히 다르게 손님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늦게까지 손님이 올 것으로 예상해 평소보다 식자재도 많이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뿐만 아니라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오후 10시까지로 운영시간이 늘어난 해운대 일대 유흥주점 등에서는 단골 손님들에게 문자를 보내 변경된 운영시간을 일일이 알리면서 손님 끌기에 나서기도 했다.
시내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9시에 집이 아닌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손님들도 늘었고, 손님도 ‘이제 좀 마음 편히 모임을 보낼 수 있어 좋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불만과 우려도 없지 않다. 해운대의 한 자영업자는 “지난 한해 동안의 영업 손실과 심리적 타격은 만회할 수 없는 것으로 영업을 몇 시간 더 할 수 있는 것이 실제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 영업이 잘되는 가게와 그렇지 못한 가게에서 느끼는 편차도 있었다. 동래구의 한 일본식 주점 사장 이모(50)씨는 “아직도 코로나 이전의 수준만큼 고객이 회복된 것이 아니다”라며 “차차 나아질 수 있겠지만 모든 가게가 거리두기 완화의 긍정적 영향을 받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자도 “코로나 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고 언제 또 대유행으로 영업이 제한될 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도 걱정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49)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것이 코로나 상황에 대해 조심하는 마음까지 놓아 버리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다시 코로나가 확산되는 결과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이날부터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 1.5단계로 완화되지만 방역수칙 위반에 대해서는 유예조치 없이 엄중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날부터 영업 제한이 풀리는 집합 제한·금지 업종에 대해 한 번의 방역수칙 위반만으로도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와 별개로 2주간 집합금지 명령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