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 이후부터 손님들이 계속 왔으예. 참 오랜만에 보는 손님 행렬이었지예.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사람들 맘도 마이 풀린 것 같심더.”
수도권 이외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에서 1.5단계로 완화된 첫날인 15일 밤, 부산의 대표적 번화가인 서면 일대엔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20대 젊은 남녀들을 중심으로 '삼삼사사' 쏟아져 나와 거리를 채웠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유지되지만, 유흥시설을 제외한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은 완전히 사라진 첫날이었다.
서면의 한 음식점 사장은 “지난주만 해도 오후 9시가 새벽 두세 시처럼 적막했는데 완화 조치로 숨통이 조금 트였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에도 음식점에는 새로 들어오는 손님들 발길이 이어졌다. 한 손님은 “그동안 미뤄왔던 저녁 약속을 서둘러 잡았다"며 "시계 안 보면서 편하게 먹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운대 한 중식당의 주방도 모처럼 분주하게 돌아갔다. 식당 사장은 “이번 주 예약이 평소보다 세네 배 이상 갑자기 늘었다”며 “언제 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지 몰라 지금 모임을 빨리 하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노래방 주인들도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15일 밤 11시쯤 찾은 대전지법 부근의 한 노래방 주인은 “손님이 통 없었는데, 오늘은 두 팀이 왔다”며 “그간 월세도 버거웠지만, 새벽까지 영업할 수 있게 된 만큼 사정이 좀 나아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PC방도 대체로 거리두기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9시쯤 만난 대전 동구의 한 PC방 사장은 “월요일이라 손님이 많진 않지만, 주말에는 손님이 많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방의 일부 번화가에선 거리두기 완화로 기지개를 켰지만, 거리두기 2단계 집합금지가 오래 지속되면서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 “5인 이상 금지로 효과가 크지 않다" 등의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날 광주 서구 금호지구 먹자골목 거리를 비롯해 대전의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법원 및 검찰청 부근, 청주시 도심 등도 2단계 때와 큰 차이 없이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금호지구 먹자골목의 한 퓨전 중식당 사장은 “오후 5시 문을 열었는데 4시간 동안 고작 테이블 4곳에만 손님이 있을 정도로 거리두기 완화 효과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대전 서구의 한 갈비찜·냉면 전문식당도 한창 붐빌 시간인 오후 7시임에도 전체 테이블(50개)의 20% 정도에만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식당 사장은 “거리두기 완화로 좋아질 거라고 기대했는데 달라진 게 별로 없다”며 “여전히 4인까지만 허용돼 매출에 도움이 되는 직장인 회식은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결국 확진자 수가 줄어들어 '5인 금지'가 풀려야 영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상인들은 내다봤다.
유흥주점 업주들은 이번 거리두기 완화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부터 문을 열 수 있게 됐지만, 오후 10시까지로 영업시간이 제한된 조건에선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광주 남구의 한 유흥주점 사장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풀리기 전까진 매출 회복이 힘들다”며 “술 장사하는 업소가 10시 이후로는 장사를 안 하는데 누가 마음 편히 오겠냐"고 말했다.
대전 서구의 한 유흥주점은 이날 문을 열었다가 9시 40분쯤 영업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8일 문을 닫은 뒤 두 달여 만에 영업을 재개했지만, 손님이 한 팀도 없었던 탓이다. 주점 사장은 “대개 저녁 식사를 한 뒤 주점을 찾는데 일러야 8시이고 보통은 9~9시 30분쯤 온다. 그럼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조치”라며 “오늘도 공쳤고, 앞으로도 비슷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을 닫아도 월세와 관리비는 꼬박꼬박 내야 하고, 문을 열면 직원 월급까지 줘야 하는데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엔 이번 조치가 역부족이란 것이다. 그는 "유흥주점은 영업시간이 자정까지 연장되지 않는 한 달라질 게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