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플랫폼에 답이 있다

입력
2021.02.16 20:10
25면

편집자주

바야흐로 플랫폼의 시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살펴보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 본다.



지난 1년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어가고 있다. 예측이 불가능한, 아니 예측이 무의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가 거대한 네트워크로 묶이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불확실성은 코로나 사태 이후 폭증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고 예측 결과를 기반으로 계획을 세워 계획을 실천하면서 기업을 경영하고 삶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유일한 대안은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서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실험이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데 있다. 결국 다가오는 불확실성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실패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플랫폼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유일한 공간일지 모른다. 모든 것을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하는 '모듈'이란 단위로 쪼개어 올려 놓고, 모듈 간 조합을 통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실험하면서 필요한 것을 만들어 가는 공간이 바로 플랫폼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개인화된 맞춤식 추천을 통해서 실험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상황에 최적화된 조합을 쉽고 빠르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서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 사용자도,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식 상품을 제공하고자 하는 공급자도 플랫폼이란 공간에서 비용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그들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 갈 것이다.



고등 교육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에 존재하는 기존의 전공만으로는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수년 뒤에 수요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요가 감지될 때마다 전공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대학들은 '마이크로전공'이라는 플랫폼 기반의 접근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학생들이 입학 시에 선택한 전공 이외에 전공의 경계를 넘어 스스로 이수하고자 하는 교과목들을 선택해서 교과과정을 설계한 후,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마이크로전공명을 졸업장에 기재해 준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기계공학과 소속 학생은 전기전자공학과나 컴퓨터과학과에서 제공되는 일부 교과목을 선택해서 이수한 후 추가적으로 자율주행차 마이크로전공을 취득할 수 있다.

대학들은 필요한 경우, 관련 교과목만 개발하면 된다. 그도 여의치 않다면 타 대학과 교과목을 공유할 수도 있다. 코로나 이후 대부분의 교과목 수업이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학 간의 물리적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학들은 추가적 비용 발생 없이 기존의 교과목만으로 위험관리를 용이하게 하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대부분의 전공도 마이크로전공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면서 기존의 단과대학과 학과의 경계는 허물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대학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주요 대학이 운영하는 교육 플랫폼에서 학생 스스로 교과목을 선택해 설계한 교과과정을 이수한 이후, 원하는 전공명으로 플랫폼이 인증하는 학위를 취득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 플랫폼을 기반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윈윈하는 시장을 만들어 갈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경험하고 있는 플랫폼과 얽힌 다양한 갈등을 해소하고 플랫폼을 상생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상 기제를 비롯한 사회의 제도적 틀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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