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소국' 코소보, 좌파로 정권 교체... 세르비아와 관계 악화할 듯

입력
2021.02.16 20:00
좌파 자결당 득표율 48%로 압승
"변화에 대한 유권자 열망 반영"
對세르비아 강경론 득세, 위기 ↑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 코소보가 좌파 정부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우파 엘리트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부패 척결을 앞세운 좌파 정당에 손을 들어준 결과다. 압도적인 지지 여론을 업고 새 정부가 출범하지만, 앙숙 세르비아와 관계는 악화할 것으로 보여 ‘안보 리스크’는 높아졌다는 평가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코소보 총선에서 좌파 자결당(VV)은 48%(99% 개표수준)의 득표율로, 17%에 그친 우파 성향 코소보민주당(PDK)에 압승을 거뒀다. 지난해 자결당과 연립정부를 파기해 이번 조기 총선을 야기한 중도우파 코소보민주동맹(LDK)은 1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자결당의 득표율은 2010년 첫 총선 도전 이후 최고치다. 다만 과반 달성에는 실패해 연정 구성이 불가피하다.

총선 승리로 자결당 당수인 알빈 쿠르티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약 1년 만에 다시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쿠르티 내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 지난해 3월 실각했다.

자결당의 압승에는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스위스, 심지어 미국에 거주하는 이들까지 해외유권자 수만 명이 자결당에 투표하러 직접 고국을 찾을 정도로 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AFP는 “자결당은 만성적인 부패 척결, 엘리트 기성 정치 타파 등을 내세워 표심을 공략했다”고 풀이했다. 현지 정치분석가 아곤 말리키는 “일종의 반(反)체제 투표를 통해 얻은 승리”라며 “새 정부가 국민의 분노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면 낙관론은 금세 수그러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면 과제는 나라 안보다 밖에서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쿠르티는 ‘세르비아와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힐 만큼, 대 세르비아 강경론자다. 때문에 그의 실각 후 체결된 코소보-세르비아 경제관계 정상화 합의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는 코소보의 고질적 경제난 해결과도 연결된 중요 이슈이기도 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쿠르티는 실각 직전 코소보-세르비아 평화협정을 급하게 밀어붙이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저항해 큰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지원금 동결과 코소보 내 미군 철수 등을 거론하며 코소보를 협박한 반면, 코소보의 국제기구 가입을 막는 세르비아를 사실상 방치했다. “미국이 우방인 코소보를 누르고 강제로 이끈 협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두 나라의 갈등은 유고연방 해체 이후 1999년 세르비아 정부가 코소보의 분리독립을 막아 내전이 발발하면서 본격화했다. 사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개입하고 나서야 겨우 진정됐다. 2008년 코소보는 유엔과 미국, 서유럽 등의 승인 아래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와 그 우방인 러시아, 중국 등은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유엔 가입도 거부하고 있다.

진달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