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 행위 겪은 전직 트라이애슬론 선수 "늘 피해자만 운다"

입력
2021.02.16 13:00
2면
"폭력 만연...은퇴한 지금이 행복할 정도"
"정부·체육계 근절 대책으로 바뀌는 것 하나 없어"

"팀 내 가혹 행위는 엄청 많다. 우리가 폭력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숨겨져 있던 사실을 하나씩 말하는 것 같다."

지난해 은퇴한 트라이애슬론 선수 출신 정지은씨가 배구계 학교폭력 논란을 바라보는 소회다. 그는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 선수와 함께 2016~2018년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소속으로 뛰었다. 최 선수의 가혹 행위 피해를 고발 증언했고 자신도 피해자였다. 이후 소속팀을 옮겼지만 지난해 11월 결국 선수 생활을 접었다.

정씨는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주장이라는 이유로 성추행과 식고문, 괴롭힘과 왕따 행위 등을 하는 사례가 엄청 많았다"며 "선수가 팀에 많은 도움이 되면 감독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지켜만 본다"고 말했다. 실력 위주의 체육계 풍토가 만연한 가혹 행위의 근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그는 "사실상 체육계를 떠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최숙현 선수와 함께 운동했던 트라이애슬론 선수 예닐곱 중 최 선수 사망을 계기로 2명만 남고 그만두거나 계약이 불발됐다고 전했다.

정씨 역시 소속팀인 대전시청팀의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는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고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미안하다, 데리고 가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운동을 그만둔 지금 "하루하루 행복하다"며 "같이 운동을 그만둔 과거 동료들도 보통의 일상생활을 행복하다고 느끼며 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운동에 대한 정이 완전히 떨어져 버린 상태여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도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배구계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린 데 대해서는 "당연한 결과"라며 "법의 심판을 받고 잘못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가해 선수들이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에 동조하면서 "논란이 일 때마다 정부나 체육계가 매번 내놓는 대책에도 변화는 전혀 없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보여주기 식으로 안 하겠다고 하지만 직접 느껴 본 당사자로서 오히려 피해 받은 사람한테 피해가 더 왔지 덜 오진 않고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