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나 10시나 큰 차이 없습니다. 번화가 술집이나 음식점은 2차 손님이 많은 '저녁 장사' 중심이거든요. 답답하네요, 답답해."
15일 오후 9시 서울 종로구의 한 곱창집. 20개 넘는 테이블에 손님은 중년 남성 2명뿐이었다. 매장 한 켠에 앉아있던 사장 윤창용(46)씨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윤씨는 "거리두기가 완화됐지만 변화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는 아니다"며 "매출이 80% 가까이 줄어서 오늘은 장사가 잘 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더 안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부가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 비수도권을 1.5단계로 완화한 첫날인 15일 상인들 얼굴에는 여전히 수심이 가득했다. 카페와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시간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완화됐지만 소상공인들은 "매출에 큰 변화가 없다"고 했다. 영업시간 제한 '족쇄'에서 완전히 풀린 PC방과 독서실 등도 "기대만큼의 매출 상승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날 한국일보 기자들이 서울 종로구·용산구·강남구·송파구 등 주요 상권의 음식점과 술집 10여곳을 둘러본 결과 영업시간 제한 완화로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매장은 한 곳도 없었다. 용산구 이태원에서 12년째 주점을 운영하는 구자훈(52)씨는 "주점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가장 손님이 많아서, 오후 10시로 늘렸다고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며 "그래서 오토바이 배달을 뛰고 있는데, 찬 바람 때문인지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이촌동에서 만두국집을 하는 김한도(50)씨도 "요새는 오후 7시만 되도 거리에 사람이 없다"며 "외출 자제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매출회복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카페 업주들도 "전날과 손님 숫자에 큰 차이가 없다"며 심드렁한 모습이었다. 종각역 근처의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 이모(27)씨는 "60명이 앉을 수 있는 2층은 텅 비었고, 1층에도 손님이 4명밖에 없다"며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서 거리두기가 완화됐더라도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송파구 석촌역 일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31)씨도 "거리에 사람이 없는데 거리두기 완화가 무슨 소용이겠냐"며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그나마 PC방 등에선 직원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면서 활기가 돌았다. PC방은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진 업종이다. 강동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나성일(36)씨는 "15일 0시에 영업을 재개했는데 곧바로 손님 10명 정도가 들어왔다"며 "거리두기 이전에 비하면 손님이 4분의 1로 준 건 사실이지만, 매출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양천구의 한 스터디카페 사장도 "오후 10시 이후 학원 마치고 학생 손님들이 오는 편이라 24시간 영업이 가장 절실했다"며 "당장 괜찮아지진 않겠지만, 원상 복귀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다중이용시설에 영업시간 제한을 일괄 적용할 게 아니라, 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성을 제기했다. 종각역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이정환(40)씨는 "노래방 손님들은 보통 1시간 이상 머무르는데, 9시 전에 노래방에 오는 손님이 얼마나 되겠나"며 "업종별로 영업시간 제한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은 이와 함께 시민들이 '거리두기 완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방역 수칙 준수 홍보와 병행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종로에서 맥주집을 하는 이계홍(49)씨는 "9시 제한이 3개월 가량 이어진 탓인지, 9시만 되면 일어서려는 손님이 적지 않다"며 "당국에서도 거리두기 강화 때만 단속하지 말고, 완화 때도 관련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