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 논란에…AZ 백신 요양병원 65세이상 37만명 일단 제외

입력
2021.02.15 20:00
1면
예방접종전문위 13명 중 10명 접종 제한에 동의 
추가 자료 확보해 3월 말 고령자 접종 재논의


정부가 이달말 시작될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에서 '요양시설 65세 이상 고령자들'을 일단 제외키로 했다. 논의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백신 접종의 시급성'보다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성'을 우선한 결과다. 과학적 사실과는 별개로 백신 접종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로써 오는 26일부터 전국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65세 미만 입소자·종사자 약 27만2,000여명이 처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게 됐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추진단은 요양병원·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와 종사자에게 먼저 접종을 시작하고, 65세 이상에 대해서는 3월 말 유효성에 대한 추가 정보를 확인한 다음 접종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역시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 문제였다. 앞서 열린 ‘코로나19 백신분야 전문가 자문단’(8일)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11일) 회의에서 이 문제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안전성과 면역원성, 중증 예방과 사망 감소 효과가 확인됐으니 시급하게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과 근거 기반의 정책 결정을 위해 추가 임상시험 자료 확인 후 단계적으로 접종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함께 제시됐다”며 “최종 전문위 표결 결과 출석 위원 13명 중 10명이 근거를 확인한 뒤 접종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효능 논란이 백신 수용성을 떨어뜨려 접종률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요양병원·시설의 접종 대상자는 약 65만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인 37만6,000여명은 이달 첫 접종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정 단장은 이들의 접종 시기가 “현재로선 2분기가 될 것”이라며 70세 이상을 포함한 고령층 접종을 이미 시작한 영국에 “접종 후 효과 자료를 공유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영국의 실제 고령층 접종 데이터와 현재 미국에서 고령자를 포함해 진행 중인 추가 임상시험 중간결과를 3월 말에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근거로 전 65세 이상 접종 여부를 재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미국 임상시험 분석자료를 4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요양병원·시설 입소자는 65세 이상이 대다수인데도 추진단이 이곳을 우선접종 대상으로 유지한 데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다수 발생한 시설이고 감염에 취약한 만성질환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 단장은 “장기 입원한 분들보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종사자를 통해 요양병원이나 시설로 감염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종사자 접종으로 집단시설 감염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도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65세 이상 접종을 추진했다가 백신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낭비될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요양병원에서 65세 미만이라도 접종을 빨리 추진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데다 최근 의료기관에서 감염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감염되면 위험도가 높은 65세 이상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에게 백신을 사용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안 된다”며 “(고령층에게도) 접종 가능한 백신들이 빨리 공급돼야 하고, 지역사회 유행을 최대한 억제해야 고위험군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식약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하면서 사용상 주의사항에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기재하기로 했다. 독일과 프랑스, 벨기에 등은 고령층 접종을 제한한 반면, 영국과 멕시코 등은 고령층에게 맞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문단은 18세 이상 성인에게는 제한 없이 쓰라고 권고했다.

임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