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움직이자 중동 곳곳서 군사 충돌

입력
2021.02.15 21:00
이스라엘, 시리아 親이란 민병대 주둔지 폭격
사우디 동맹군은 예멘 후티 반군 드론 격추해
美바이든 보란듯 이란 "'스마트 미사일' 시험"

중동에서 군사 충돌이 빈번해질 조짐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과 함께 이란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남부를 폭격했다. 시리아군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항공기가 다마스쿠스에서 남쪽으로 14㎞ 떨어진 키스와 지역 군사 기지를 공습했지만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 냈다”고 밝혔다. 폭격 지점은 이란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주둔하는 곳이라는 게 현지 군 관계자 전언이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부터다. 현지 정권과 정부군을 돕는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지 않도록 막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군사 행동이 격화하기 시작한 건 최근 일이다.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지난해 말 “이스라엘은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조직이 시리아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동맹군과 예멘 후티 반군 간 공방도 거칠어지는 양상이다. 동맹군 측은 전날 사우디 남부 카미스 무샤이트 지역에서 민간인이 목표인 2대의 후티 반군 드론(무인기)을 확인하고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에 후티 반군도 성명을 통해 카미스 무샤이트 인근 아브하 공항을 공격하기 위해 드론 2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지원하는 이슬람 시아파 후티 반군의 사우디 국경 지역 민간 시설 공격은 새삼스럽지 않다. 2014년 말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장악하며 촉발된 예멘 내전은 예멘 내 이란 영향력의 확대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이듬해 사우디와 미국 등이 개입하며 본격화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내전 종식을 위해 사우디 주도 예멘 군사 작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최근 선언하고 이란이 환영하며 형세가 변화하는 분위기다.

이란은 바이든 정부와의 ‘이란 핵 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을 앞두고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AP통신은 이란이 미국의 JCPOA 복귀를 촉구하며 최근 훈련을 늘렸다고 13일 보도했다. 이란 육군의 지상군 사령관인 키오마르스 헤이다리 준장이 공개한 사정거리 300㎞ ‘스마트 미사일’ 시험 사실 역시 훈련 활성화 일환이다. 협상 주도권 확보를 노린 무력 시위일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나 중국과의 군사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것도 대미 압박 차원에서일 수 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중단과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를 교환한다는 게 골자인 JCPOA를 미국 등 6개국과 2015년 체결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뒤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고 제재를 되살리는 바람에 현재 다시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다. 올해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협정을 부활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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