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정의용 외교부ㆍ황희 문화체육관광부ㆍ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줬다. 황희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문성과 도덕성 모두가 도마에 올랐다. 현 정부에서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29번째 고위 인사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황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민심에 양해를 구하거나 황 장관에 주의를 주지 않은 채 업무 얘기만 했다.
문 대통령은 황 장관에게 "코로나19로 인해 너무 큰 타격을 입은 문화ㆍ체육ㆍ관광 분야를 정상화하고 회복시키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화 산업이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도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체육계 인권 침해 근절 노력도 당부했다. 학교 폭력으로 물의를 빚은 배구선수 이재영ㆍ이다영 쌍둥이 자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이 황 장관의 전문성ㆍ도덕성 논란을 언급한 대목은 강 대변인 서면브리핑에 없다. 지난해 12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줄 땐 "(구의역 참사 비하 등 과거 발언은) 비판받을 만했다"고 질책했었다.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황 장관 배우자에게 문 대통령이 건넨 꽃다발 속엔 '역경에 굴하지 않는 힘'이라는 뜻을 담은 캐모마일이 있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문화를 통해 국민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여해 달라는 의미'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에 휘둘리지 말라'는 우회적 격려를 담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정의용 장관에게 강한 신뢰를 보였다. "우리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밑거름이 된 분"이라고 칭하며 "새삼 당부 말씀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성공시키기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할 기회임을 다시 강조 드리고 싶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도 "주어진 시간 내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서두르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차근차근 접근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주변국과 보폭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의미를 담은 비모란선인장을 정 장관 배우자에게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권칠승 장관에게 "손실보상제도를 합리적으로 만드는 것이 큰 숙제"라고 말했다. "중기부가 방안을 제안하고 각 부처가 지혜를 모아 달라"며 힘도 실었다.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제2 벤처 붐'이 이는 등 벤처 투자 성적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벤처 기업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며 "벤처 기업이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많이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권 장관 아버지에게 준 꽃다발은 ‘보호’ ‘희망’을 뜻하는 꽃으로 만든 것이었다.
권 장관은 "피해 지원을 할 때, 사각지대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