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의 발단이 된 가짜뉴스가 98년 만인 2021년에 또 돌고 있다. 일부 일본 누리꾼들이 후쿠시마(福島)현 앞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조선인이 후쿠시마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이에 일본 언론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돌던 루머로, 학살사건의 계기가 된 사건"이라며 "외국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소문이 또 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누리꾼들은 가짜뉴스 신고 운동을 벌이며 혐오 표현을 경계하자고 독려했다.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13일부터 트위터와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조선인', '한국인', '흑인', '우물에 독', '폭발' 등의 단어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일부 일본 누리꾼들이 한국인과 흑인 등 외국인들 때문에 후쿠시마 지진이 발생했다는 황당한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이다. 조선인은 한국인을 폄하하는 인종차별 용어다. 실제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조선인이 후쿠시마 우물에 독을 타는 걸 봤다"고 올렸고, 이 글은 수백 건이 리트윗되며 빠르게 확산됐다.
이 밖에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에 있던 외국인이 약탈했던 일이 떠오른다", "조선인과 중국인의 범죄가 잦다"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이 글은 1923년 관동대지진 사건을 빗대 한국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관동대지진이 발생하자 일본에선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이 전국 각지에서 폭동을 일으켰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소문으로 6,000여명의 한국인들이 학살을 당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관동대지진 때의 악성 루머가 2021년에 또다시 등장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14일 '지진으로 또 난무하는 루머와 차별 발언 확산, 어떻게 대처하나'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신문은 "차별적인 발언과 루머,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트위터와 유튜브에 난무하고 있다"며 "재해 때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옛날 관동대지진 때는 루머가 발단이 돼 한반도에서 온 조선인들에 대한 학살도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인종차별적 가짜뉴스가 돌았다고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당시 '외국인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도호쿠대 연구팀은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시 주민을 대상으로 가짜뉴스에 대해 조사했는데, 주민의 80% 이상이 '이 루머를 믿었다'고 답했다.
신문은 "트위터에서 이런 차별이나 혐오 표현이 담긴 악질적 글을 봤다면 신고를 할 수 있다"며 트위터 신고 방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일본 누리꾼들은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글을 올리고 있다. 대체로 "혐오 표현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자"는 내용으로, 신고 운동을 벌이고 있다.
2019년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아이치트리엔날레 예술감독으로 활동한 쓰다 다이스케씨는 14일 오전 트위터에 "악질적인 차별 선동. 여러분 신고합시다"란 글을 적었다.
누리꾼들은 이에 "혐오는 용서하지 않는다", "우물에 독은 화젯거리가 아니라 차별 선동이다", "트위터 신고로 끝내지 말고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 경찰이 나서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