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쿠데타를 인정하지 말라."
자국 군부 쿠데타 비판 대열에 가세하지 않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미얀마 대학생들이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나섰다. 미얀마 현지에서 고조되고 있는 반중(反中) 정서가 점점 실체를 드러내는 양상이다.
15일 미얀마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 18개 대학교 학생회 연합은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중국이 미얀마의 좋은 이웃 역할을 하려면 쿠데타로 권력을 갈취한 군사정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미얀마 국민이 선출한 합법 정부 지도부를 부당하게 구금한 사실에 대해 중국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중국이 미얀마 군부를 지원한다는 의혹 역시 중국의 국제적 평판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반발은 중국이 최근 국제사회에서 보인 미얀마 군부 두둔 움직임 때문이다. 중국은 12일 유엔 인권이사회의 미얀마 쿠데타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최근 논란은) 미얀마 내정에 관한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어 발표한 각종 정부 성명에서도 군부 쿠데타를 '대개각'이라고 에둘러 표현해 미얀마인들의 반발을 샀다.
뒤에서는 아예 중국이 미얀마 군부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중국 기술자들이 군부의 인터넷 사전 검열 시스템 구축을 돕고 있다"는 게 대학생들의 의심이다. 이달 초 쿠데타 이후 미얀마 대학생들이 주(駐)미얀마 중국 대사관 앞에서 계속 시위를 벌여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의 별다른 대응은 없다.
학생들의 저항에 아랑곳하지 않는 건 미얀마 군부도 마찬가지다. 군부는 당초 이날까지이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자택 구금 기간을 17일까지로 연장했다. 15일 예정이던 수치의 첫 재판도 미뤘다. 시위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수치 고문은 1일 쿠데타 직후 구금된 뒤 3일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를 소지하고 이를 허가 없이 사용한 혐의(수출입법 및 통신법 위반)로 군부에 의해 기소된 상태다.
주미얀마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본보에 "아직 추가 기소 등의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수치 고문의 수출입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이 17일 화상으로 진행되리라는 게 현지의 대체적 예상"이라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는데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거론하며 이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