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배기 죽게 하고 양육수당 꼬박 챙기다니... 구미시, 환수 추진

입력
2021.02.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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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 사망 후에도 6개월간 수당 부정수급
"전 남편 아이라 보기 싫었다" 진술
경찰, 살해 또는 유기치사 여부 수사 중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 세 살 여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가 아동양육수당은 꼬박꼬박 받아챙긴 사실이 드러나자 구미시가 환수에 나섰다. 사건을 수사 중인 구미경찰서는 부검을 통해 숨진 여아가 살해당한 것인지, 장시간 방치로 숨진 것인지 가리기로 했다.

15일 구미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20대 친모 A씨는 딸이 숨진 이후에도 매달 아동 양육수당 20만원을 받았다. 숨진 지 6개월 정도 된 점에 비춰 부정수급 금액은 120만원이다.

현행법상 양육수당 지원 대상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아이돌봄서비스 등을 이용하지 않는 취학 전 만 7세 미만 아동이다. 0~11개월까지 20만원, 12~23개월은 15만원, 24~86개월은 10만원씩 지급한다. 아동 수당 역시 만 7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10만원씩 지급한다. 수당은 아동이 사망하거나 장기간 해외로 출국할 경우 지급이 중단된다.

구미시 관계자는 "우선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구미시 차원에서 각종 수당 환수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여아의 사망과 관련해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친모 A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지난 12일 구속했다. 세 살배기 여아는 설을 앞둔 지난 10일 오후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친모의 부친에 의해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여아의 친부는 오래 전 이혼 후 집을 나갔고, A씨는 6개월 전 쯤 숨진 여아를 그대로 둔 채 다른 남성과 재혼, 인근 빌라로 이사했다. 이후 또 다른 아이를 출산했다.

A씨는 자신의 부모가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살고 있었지만, 딸이 집에 혼자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정도로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 남편의 아이라 보기 싫었다"며 "친부와 오래 전 연락이 끊겼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밖에 지난해 8월 이전에도 딸을 혼자 남겨두고 수 차례 집을 비운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동 학대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이사할 당시엔 아이가 살아 있었을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구미=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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