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도 아닌데... 서울시장 선거 앞두고 '야권 정계 개편' 거론 왜

입력
2021.02.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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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야권에서 때 아닌 '정계 개편론'에 불이 붙고 있다. 주로 대선을 겨냥해 제기되는 것이 보통인 정계 개편론이 이 시점에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야권이 서울시장 보선에서 낙승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선제적으로 정계 개편 논의를 공론화함으로써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협화음을 최대한 막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야권 주자들 앞다퉈 '보선 후 정계 개편' 화두

서울시장 야권 후보로 나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서울 남산둘레길을 함께 산책하며 야권 단일화와 보선 이후 야권 정계 개편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 '자유주의 상식 연합'을 구성해 합리적 진보까지 아우르자고 제안한 나 전 의원이 금 전 의원에 대화를 제안해 이뤄진 만남이다. 앞서 금 전 의원도 "지금의 국민의힘 틀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 서울시장 선거가 야권 정계 개편의 계기, 또는 중간 단계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전날 "시장에 당선되면 서울시를 공동운영하겠다"고 밝히는 등 야권 주자들은 앞다퉈 '보선 후 정계 개편'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야권 서울시장 주자들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정계 개편론에는 낙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설 연휴 직전(8~9일)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서울시민 804명에게 실시해 공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5%포인트)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1.9%,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1.4%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단일 후보가 나 전 의원일 경우 46.0% 대 33.7%로 박 전 장관이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단일화가 무산돼 3자 대결로 치러질 경우엔 박 전 장관이 야권 후보들을 모두 앞섰다. 결국 야권 단일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므로 보선 이후의 정계 개편 논의를 꺼내며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도 "야권 단일화 숙명적"

안 대표에 부정적이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그는 설 연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라는 것은 숙명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4일 내놓은 설 민심과 관련한 입장문에선 "야권이 대안세력이 되어달라는 당부의 목소리도 있었다"며 "시대변화를 주도하는 진취적인 정당으로 꾸준히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보선 이후 야권 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도 주자들 입장에선 '정계 개편' 구호를 선점할 필요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제3지대가 합당하는 식의 개편이 될 것이고,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못 되거나 야권이 선거에 지게 되면 당이 와해되는 방식으로 개편이 될 것"이라며 "정계 개편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전국지표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