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법원의 허가 없이는 시민을 체포하거나 압수수색 할 수 없도록 한 법령의 효력을 중단했다. 아웅산 수치 고문 등 정치인은 물론 시민 운동가들의 잇따른 체포를 두고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군부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 탄압을 이어가겠단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이날 ‘개인 자유와 안보를 위한 시민 보호법’ 제5ㆍ7ㆍ8조 효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효력 중단 명령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이 서명했다.
해당 조항은 법원의 허가 없이 시민을 24시간 이상 구금할 수 없도록 하고 개인의 거주지나 사유재산을 압수수색 할 때도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조치들은 모두 미얀마의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로이터통신은 “미얀마 군부가 해당 조항들의 효력을 언제까지 중단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면서, “이번 조치로 당국이 모든 통신 내용을 감청하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전날 유엔 인권이사회가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컨센서스(의견일치)로 채택하고 구금된 모든 사람을 석방할 것을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군부를 비판하고 있지만, 이들은 시위대 압박 입장을 재천명한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군부는 이날 시민 불복종 운동과 거리 시위를 촉구한 이른바 ‘88세대’ 활동가인 민 코 나잉 등 유명 인사 7명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가 안정을 위협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본격 검거에 나섰다. 미얀마 육군 정보팀은 성명을 통해 “지목된 7명 중 단 한 명이라도 발견하면 경찰에 알리고 이들을 보호할 경우 처벌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SNS를 통한 언로를 본격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이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은 8일째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