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10주년 앞두고 강진... 불안한 日 후쿠시마 주민들

입력
2021.02.14 01:36
도쿄도 강한 진동 느껴져 주민들 불안 고조
총 95만 가구서 정전·신칸센 일부 운행 정지


일본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에서 13일 밤 11시 8분쯤 규모 7.3(진도 6강)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를 일으킨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에서 또 다시 강진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후쿠시마현에서 수백㎞ 떨어진 도쿄 23구에서도 강한 흔들림을 느낄 정도였다. 14일 오전 9시 기준 후쿠시마와 미야기현 등에서 총 10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진원지는 후쿠시마현 앞바다로 북위 37.7도, 동경 141.8도로 진원의 깊이는 55㎞로 추정됐다. 진도 6강은 실내에서 고정되지 않은 가구의 대부분이 움직이거나 넘어지는 경우가 많은 수준이다. 기상청은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1주일 정도 동일한 규모의 여진 발생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경계를 당부했다.

주말 밤 늦게 발생한 지진으로 수십초 간 진동이 이어졌고, 도쿄 23구에서도 강한 흔들림이 느껴졌다. 일본 기상청의 지진 등급인 진도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사람의 느낌이나 주변 물체 등의 흔들림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상대적 개념으로, 지진의 절대 강도를 의미하는 규모(매그니튜드)와는 다른 개념이다. 사람이 흔들림을 감지하지 못하고 지진계에만 기록되는 '0'부터 서 있기가 불가능한 '7'까지 총 10단계(5, 6은 각각 5약·5강, 6약·6약으로 세분)로 나뉜다.

이날 후쿠시마현 등에서 관측된 진도 6강은 10단계 중 두 번째로 강한 수준이다. 사람이 서 있기가 불가능하고 기어서 움직여야 할 정도다. 동일본지진 10주년을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가운데 피해지역에 또 다시 발생한 강진으로 일본 방송들은 재난대책 방송을 속보로 내보냈고 주민들은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은 규모 9.0을 기록했다. 이후 발생한 거대한 지진해일은 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현 등의 태평양 연안 마을을 덮쳤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 10일 기준 확인된 사망자는 1만5,899명, 행방불명자는 2,527명에 달했다. 또 태평양 연안의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쳐 1~3호기의 노심용융과 폭발이 발생해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해양으로 대량 누출됐다.

일본 정부는 지진과 쓰나미, 원전 폭발사고가 한꺼번에 발생했던 동일본대지진의 상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피해 지역에 동일본대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진 발표 직후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관저대책실을 설치하며 대응에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이날 밤 11시 28분쯤 관저로 출근해 조속한 피해 상황 파악을 지시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후쿠시마현과 도쿄도를 포함해 약 86만 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도호쿠전력 관내에서도 약 9만 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도호쿠·조에쓰·호쿠리쿠신칸센 일부 구간에서는 열차 운행이 일시 중지됐다.

1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5·6호기의 각 원자로 건물 상부에 있는 사용후연료 수조 등에서 물이 넘쳤다. 물이 건물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바는 없으며 외부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도쿄전력 측이 밝혔다. NHK 보도에 따르면 원자력규제청은 넘친 물의 양이 적고 방사선량도 낮아 안전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후쿠시마·미야기현 등에서는 진동으로 넘어지거나 물건에 부딪히는 등 104명의 부상자 보고가 잇따르고 있고 토사 붕괴 등이 보고된 지역이 있어 인적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쿠시마와 미야기현에서는 이날 새벽부터 관내 주민들을 위한 대피소를 개설하고 있다.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자정쯤 총리관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상황 파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흔들림이 컸던 지역 주민들은 지자체의 피난 정보 외에 TV, 라디오 등의 정보에 귀를 기울이면서 침착하게 행동해 줄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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