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일주일째 反쿠데타 시위… 경찰 고무탄에 3명 부상

입력
2021.02.12 18:58
군부 강경 진압에도 반발 확산, 7일째 시위대 운집
수도 네피도에선 의사 수백명 쉐다곤 파고다 행진
美 제재·英 처벌검토… 페이스북 "군부 콘텐츠 차단"

미얀마에선 12일(현지시간)에도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주일째 계속됐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졌고, 경찰이 쏜 고무탄에 시위 참가자 3명이 부상했다. 실탄 사격과 물대포 동원 등 군부의 시위 진압 강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반(反)군부 시위는 점차 확산하는 양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 전역에서 수십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남동부 해안도시인 몰라민에서는 부상자까지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촬영한 영상에는 경찰이 시위대로 돌진해 시위 참가자를 붙잡고 머리를 가격하는 모습이 담겼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며 저항했고, 이후 최소 여섯 발의 총성이 울렸다. 미얀마 적십자 관계자는 “여성 한 명은 자궁에, 남성 한 명은 얼굴에, 또 다른 남성 한 명은 팔에 총상을 입었다”며 “시위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9일엔 수도 네피도에서 여성 한 명이 머리에 실탄을 맞아 중태에 빠졌다.

시위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대 도시 양곤에선 흰 가운을 입은 의사 수백명이 미얀마에서 가장 성스러운 불교사원인 쉐다곤 파고다를 지나 행진했다. 팀복을 맞춰 입은 축구 팬들이 군부를 풍자하는 익살맞은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북부 카친주(州) 주도인 미치나에선 젊은이들이 랩 음악을 연주하며 군부에 저항했다.

국제사회도 미얀마 쿠데타 사태를 규탄하며 군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쿠데타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소에 윈 부사령관 등 전ㆍ현직 군부 당국자 등 10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자산 동결 및 거래 금지 조치를 부과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평화 시위대를 향해 폭력을 자행하면 이번 제재는 시작에 불과함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지자들은 미국의 제재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군부를 통제하기 위해선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원들은 전날 자국 정부에 미얀마 군부에 대한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했고, 영국은 쿠데타를 일으킨 인사를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긴급 회의를 개최해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권장하는 결의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소셜미디어기업 페이스북은 “미얀마 군부가 지난 1일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이후 오보를 계속 퍼뜨렸다”며 “군부가 올린 콘텐츠의 노출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부는 권력 기반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이날 대표적인 친군부 인사인 극우 승려 위라투를 포함해 수감 중인 죄수 2만3,000명에 대한 대규모 사면도 단행했다.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시위대를 억압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밤에도 군부는 시위 참가자들을 잇따라 연행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