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쿠데타 제재 단행에도… 미얀마 군부 권력 다지기

입력
2021.02.12 15:32
美 군부 인사 자산 동결, 추가 제재 예고
EU·英 결의안 초안 유엔 인권위 제출
미얀마 군부는 대규모 사면 '권력 다지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하루 만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12일 긴급 회의를 소집해 미얀마 쿠데타를 논의한다. 국제사회가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본격 개입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친군부 인사가 포함된 대규모 사면을 단행하며 권력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와 국무부는 쿠데타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소에 윈 부사령관 등 전ㆍ현직 군부 당국자 등 10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자산 동결 및 거래 금지 조치를 부과했다. 6명은 쿠데타에 직접 가담한 인사이고, 4명은 쿠데타 직후 신설된 행정위원회 위원이다.

또한 미얀마 군부가 직ㆍ간접으로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미얀마 루비 엔터프라이즈, 미얀마 임페리얼 제이드, 젬 앤 쥬얼리 등 보석 관련 기업 3곳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들 기업과 거래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미얀마 군부나 쿠데타와 연관된 기업에 민감한 품목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도 함께 이뤄진다. 단, 국제개발청(USAID)이 미얀마에 제공하는 원조는 중단하지 않고 시민사회 지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보건과 식량, 독립언론 등을 위한 6,900만달러 지원도 유지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버마(미얀마) 군부가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평화 시위대를 향해 폭력을 자행하면 이번 제재는 시작에 불과함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도 이날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는 결의안 초안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했다. 여기엔 미얀마 인권 조사관 토마스 앤드루스의 미얀마 현지 접근권 요구도 담겼다. 외신에 따르면 이 결의안은 미얀마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참여시키기 위해 당초 초안보다 수위를 낮췄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12일 긴급 회의를 열어 미얀마 쿠데타 사태를 논의한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공동 성명이 채택되지 못했는데 인권이사회 회의에선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12일 수감 중인 죄수 2만3,000명을 사면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국영 매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얀마가 새로운 민주적 국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기쁨을 주고 인도주의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수감자들의 형을 면제한다”고 밝혔다. 사면 대상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 반대하고 군부를 지지해 온 극우 승려 위라투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위라투는 2015년 총선에서도 군부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을 지지했다.

때문에 이번 사면 조치를 두고 군부가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반(反)쿠데타 시위대를 억압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군부 지지자들을 교도소에서 내보내고 그 자리에 시위대를 대거 체포해 가두려는 것이라는 의구심도 불거지고 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