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20%가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고질적인 변동성이 비트코인으로 일상적인 거래를 할 수 없는 이유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저널(WSJ)은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지 못한 이유'란 기사에서 이렇게 전했다. 전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5억달러(약 1조6,600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고 밝힌 데 이어, 앞으로 비트코인을 받고 테슬라를 팔겠다고 하자 현지에선 비트코인이 미래의 결제수단이 될 수 있을 지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처음 5,000만원을 넘겼다. 지난해 가격 급등 이후, 최근 상승 동력을 잃어가던 비트코인은 머스크의 '폭탄 선언'에 하루 사이 20% 넘게 가격이 치솟았다.
특히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이 가격 급등의 주 원인으로 꼽혔다. 글로벌 기업이 화폐 대신 가상화폐를 지불 수단으로 인정했다는 뜻이어서 투자 수요가 폭발했다.
하지만 현지 평가는 일단 회의적이다. 비트코인의 지나치게 큰 변동성이 거래 화폐로서의 지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WSJ은 "지난해 9월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4배 가까이 올랐음에도 여전히 심하게 출렁이고 있는 상태"라며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화폐로 받아들여도 변할 것 같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암호화폐 소프트웨어사 토큰소프트의 메이슨 보다 CEO가 과거 중개 결제기관을 통해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구입했던 경험을 전했다. "2016년 개당 400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이 현재 4만~5만달러다. 당시 메이슨 보다는 비트코인으로 13만달러(1억4,300만원)짜리 테슬라를 샀지만 이는 지금 가치로 1,400만달러(155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투자 상품으로서 극도의 변동성을 보이는 한, 안정된 가치를 지닌 화폐로서 인정 받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도 변동성 축소가 비트코인 결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직 각국에서 화폐로의 신뢰를 얻지 못한 데다, 최근 가격 상승도 투기적 수요가 뒷받침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대거 불어난데다, 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주요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부상시킨 만큼 단지 변동성 만으로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폄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트코인 글로벌 시총은 10일 현재 8,661억달러로 지난 1년 새 7배 가까이 급증했다.
박성준(블록체인연구센터장) 동국대 교수는 "과거에 비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변동성이 큰 만큼, 지불 결제수단으로 쓰기엔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테슬라 같은 거대 기업이 치고 나온 이상, 국내 암호화폐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불 수단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오후 3시 40분 현재 전날보다 1% 이상 떨어진 4,897만원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