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당뇨 환자, AZ 백신 맞을 수 있다는데…최종 판단은 의사에 맡겼다

입력
2021.02.10 18:00
질병청 고령자 접종 가이드라인 없으면 혼선 
의협 "책임 소재 분명히 해야"  비판 
"접종 대상자와 보호자 의사가 우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최종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접종되는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으로 확정됐다. 접종 대상은 고령자를 포함한 만 18세 이상 성인으로, 이르면 25일부터 75만명분의 접종이 시작된다.

다만 논란이 됐던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에 대해 허가당국은 '의사가 결정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실제 접종이 시작되기 전 고령자에 대한 명확한 '접종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식약처의 이번 결정에 대해 책임을 의사에게 떠넘기려 한다며 비판했다.


65세 이상은 '의사가 판단하라' 권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최종점검위원회를 열고 "추가 임상시험 결과 등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한국아스트라제네카코비드-19백신주'(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1월 4일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허가 신청을 한 후 37일 만에 나온 '초고속 승인'이다.

최종점검위는 안전성과 효과성 모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영국과 브라질에서 진행된 4건의 임상시험 결과 △주사 부위 통증 △멍 △온감 △두통 △근육통 등이 '매우 흔하게'(10% 이상) 나타났지만, 대부분 경증에서 중간 정도 수준이고, 접종 후 며칠 내에 소실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예방 효과는 약 62%로,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제시한 기준(50% 이상)에 부합한다고 봤다. 표준용량 0.5 mL를 4∼12주 간격으로 2회 투여하는 방식이다.

식약처는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에 대해선 '사용상 주의사항'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기재하기로 했다. 효과나 효능에 문제가 없으니 사용은 허가하지만, 65세 이상에게 실제 투약할지 여부는 의사가 접종 대상자의 상태를 보고 판단하라는 의미다.

이는 지난 5일 식약처의 법정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내린 결론과 같다. 식약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공정한 허가 심사를 위해 검증자문단, 중앙약심, 최종점검위로 이어지는 '3중' 전문가 자문 절차를 밟고 있다. 검증자문단에선 다수 전문가가 임상시험 참가자 중 고령자 수(660명)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4월 말 이후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식약처는 허가와 함께 제조사에 요구한 추가 임상 자료를 4월 말께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자료에서 고령층 효과성이 명확하게 입증되면 주의사항에 기재된 관련 문구는 삭제될 예정이다.


"어쩔 수 없는 결정" VS "책임 회피일 뿐"

식약처의 이번 결정으로 고령층 접종에 대한 최종 판단은 질병관리청과 의사의 몫으로 넘어갔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65세 이상 고령층의 접종을 제한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사용할 때는 질병청이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25일께 첫 접종이 예상되는 만큼 그 전에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가령 65세 이상이면서 혈압이 높거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힐지는 질병청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의사가 결정해야 한다. 현재 허가 사항은 이런 사람들에게 접종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다만 나이가 얼마나 많은지, 기저질환이 얼마나 심각한지 등에 따라 백신을 맞아도 괜찮을지는 달리 판단될 수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사례들에 대해 예방접종전문위가 얼마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료계에선 식약처의 이번 결정에 대해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반응과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팬데믹(대유행) 상황인데다 고령자들이 주로 사망하는데, 65세 이상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말라고 결론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의사가 예진하면서 접종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고령자 접종 여부는 현장에서 의사들이 최종 결정해야 하는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백신을 처음 접종하는 만큼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모호한 부분이 분명 있다"며 "현장에선 의사의 권한보다 접종 대상자와 보호자의 결정을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의협은 식약처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어떤 의사도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접종하라고 자신 있게 권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만약 접종이 시작되고 65세 이상에서 이상반응이 나온다면 결국 접종을 결정한 의사에게 책임을 묻게 될 가능성을 의협은 우려하고 있다. 의협은 설 연휴 이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최대집 의협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25일부터 내달 초까지 요양병원·보건소에 백신 공급"

65세 이상이 일단 접종 허가 연령대에 포함된 만큼 방역당국은 지난달 발표한 기존 계획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준비를 이어갈 예정이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다음주까지 요양병원·시설과 보건소에서 접종 대상 명단 확인을 마치면 25일부터 3월 초까지 단계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시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위탁의료기관은 지금까지 총 1만6,397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화이자 백신을 다룰 예방접종센터는 현재 국립중앙의료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 조선대병원, 양산 부산대병원의 4곳을 지정했다. 내달 18곳으로 늘리고 하반기까지 전국 250여곳을 설치할 예정이다.

유환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