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통화와 메시지를 무작위로 수집하는 불법 감청장비 개발을 주도하고, 수십만 건의 통화·메시지를 무더기 감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예비역 대령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강창형)는 10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예비역 대령 이모(54)씨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보석이 취소돼 재구금됐다.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과장으로 근무했던 이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가 없이 민간업체에 감청설비 제조를 교사했다. 그리고는 2013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국방부, 계룡대 등 군부대 주변에 해당 감청설비를 설치, 27만여건의 휴대폰 통화 및 메시지 내역을 불법 수집하고 채록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당시 기무사는 불순 세력 발굴 및 군사기밀 유출 여부 확인 등 명목을 내세워 감청 장비 개발을 추진했다. 이씨는 감청장비 도입 사업의 외부 공개를 막기 위해, 민간업체와 비밀수의계약을 맺고 관련 부처 인가도 받지 않도록 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 이후엔 '무작위 감청기능'을 통해 민간인 등 불특정 다수의 휴대폰 통신 내역을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기무사가 공권력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휴대폰 감청장비를 도입,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감청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통신비밀의 자유와 개인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만, 운용팀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감청을 시도하고 이를 활용한 게 아니라 시험 운용에 그친 점, 기무사 내부 문제제기를 통해 불법감청이 중단된 점 등이 감형 사유로 참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