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 아니면 탈락, 자기 편엔 특혜' 김은경 징역 2년 6월 법정구속

입력
2021.02.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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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교체 부당 개입 혐의
청와대가 점찍은 내정자 특혜 제공 혐의도 인정
김 전 장관측 "예상 못한 판결"... 즉각 항소장 제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65)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초기 장관을 지낸 인사와 청와대 관계자를 겨냥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재판에 넘긴 지 약 2년 만이다. 김 전 장관 등이 청와대와 환경부가 추천한 인사를 선발하기 위해 내 편이 아닌 지원자들은 떨어뜨리고, 자기 편에게는 특혜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엄한 판단을 내린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 김선희)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미숙(54)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겐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도 다르게 진술하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온 김 전 장관을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을 시켜 임기가 남아 있는 공공기관 임원 12명으로부터 사표를 받아낸 행위를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전 정권에서 선임된 임원들을 '물갈이' 하려고 김 전 장관 등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본 것이다.

임원들이 대거 사표를 제출한 후 청와대와 환경부가 미리 점찍은 내정자들로 공석을 채우고자 특혜를 준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인 환경부 공무원들을 동원해 서류·면접심사 과정에서 내정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도록 했다.

청와대가 추천한 박모씨를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에 앉히기 위해 임원추천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유죄 판단이 나왔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서류심사 위원으로 참여한 환경부 간부가 최고점을 부여했는데도 박씨가 탈락하자, '적격자 없음'을 이유로 다른 서류 합격자 7명을 모두 면접에서 탈락하도록 유도했다. 환경부 간부는 청와대로 불려가 청와대 추천인사인 박씨가 탈락한 데 대해 사과해야 했고 반성문까지 썼다. 김 전 장관은 전 정권에서 임명한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표적 감사를 벌이겠다'면서 사표를 받아낸 혐의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하면서 김 전 장관을 엄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지원자들에게 유·무형의 경제적 손실을 끼쳤을 뿐 아니라 심한 박탈감을 안겨줬고, 지원자 및 국민들에게 공공기관 임원 채용과정에 깊은 불신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예상 못한 판결"이라며 "사실관계나 법리 적용과 관련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 측은 선고 당일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2018년 말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폭로로 외부에 알려졌다. 검찰이 수사 당시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인사를 상대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는 등 강수를 두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수사했던 서울동부지검 검찰 간부들은 수사 직후 단행된 인사에서 좌천되자 모두 옷을 벗었다.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