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나눠먹기 인사 말라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입력
2021.02.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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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첫 환경부 장관인 김은경 전 장관이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 13명에게 강제로 사표를 제출받은 데 대해 8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도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기 진영 인사에게 한 자리씩 챙겨주던 관행을 사법부가 엄단한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선거 승리의 열매로서 부처 산하기관, 공사 자리를 나눠먹는 악습을 근절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 이후 법원은 정권 입맛에 따라 공무원을 몰아내는 행위를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나쁜 사람’으로 찍힌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미온적인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직하도록 강요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진보 성향 문화예술인에게 정부 지원을 배제·중단한 블랙리스트 사건의 이면이다.

문재인 정권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적폐로 비판하고 관련 문서를 검찰에 넘겨 적극 수사를 도왔으면서도, 이와 비슷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벌인 것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김 전 장관은 사표 제출을 거부한 이를 표적 감사하고, 청와대가 추천한 인물이 서류 탈락하자 재공모를 밀어붙이기까지 했다. 적나라한 나눠먹기 인사이자, 국무위원으로서 낯부끄럽게 법·절차를 무시한 충성 행태다. 다만 이런 권력형 비리가 흔히 정권 교체 후 보복성 수사를 통해 드러나던 것과 달리 현 정권에서 사법처리까지 이어진 점은 우리 사회가 진일보한 측면이라 하겠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에서 승리하면 낙하산 인사로 내 사람을 챙겨주는 것을 당연시했다. 김 전 장관은 법정에서 “전 정권에도 있던 관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타파돼야 할 불법 관행”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절차에 따라 능력대로 임용하고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 행정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