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지난해 세수가 2019년보다 8조원 가까이 줄었다. 기업활동 위축으로 법인세가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다만 우려했던 ‘세수 펑크’는 피할 수 있었다. 정부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미리 세수 목표치를 10조원 이상 줄여 놓은 데다, 부동산·주식 거래 활성화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가 급증한 덕이다.
정부가 9일 마감한 2020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총세입은 465조5,000억원, 총세출은 453조8,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세입에서 세출을 뺀 잉여금은 11조7,000억원인데 이 중 올해 예산으로 이월되는 2조3,000억원을 제외한 9조4,000억원이 흑자로 남았다. 2015년 이후 6년 연속 흑자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2019년(293조4,500억원)보다 7조9,000억원 줄어든 285조5,5000억원에 그쳤다. 2019년 세수가 전년 대비 1,200억원 가량 줄어든 데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앞서 세수가 감소한 것은 1998년과 2009년, 2013년, 2019년 등 총 네 차례였다. 2년 연속 세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수 감소율(-2.7%)로만 따져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3.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폭이다.
작년 세수는 정부의 목표치(279조7,000억원) 보다는 5조8,000억원(2.1%) 더 걷히며 체면치레는 했다. 다만 이는 정부가 추경을 거치면서 당초 292조원이던 목표치를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부동산, 주식시장 활성화 영향으로 이와 관련한 세금이 예상보다 10조원 이상 더 걷힌 영향도 있다.
코로나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법인세가 당초 목표한 것보다 2조9,600억원(지난해 대비 16조6,600억원) 덜 걷힌 55조5,100억원에 그쳤다. 교통에너지환경세(-1조5,000억원), 종합소득세(-8,800억원), 관세(-6,600억원) 등도 줄었다.
이 가운데 세수를 떠받친 것은 지난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거래였다. 양도소득세는 당초 예상보다 6조2,500억원 더 걷힌 23조6,600억원, 증권거래세는 3조8,200억원 더 걷힌 8조7,6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9년 156만9,000호였던 주택 거래량은 1년 새 202만2,000호까지 늘어나고, 연간 증권 거래대금은 2,288조원에서 5,709조원까지 늘어났다.
아직 기금 결산이 마무리되지 않아 12월 말 기준 재정수지 적자 폭이나 국가채무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 세금이 2.1%가량 더 걷힌 만큼 연간 적자도 소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8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6.1%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11월 말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8조3,000억원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국가채무를 846조9,000억원(GDP 대비 43.9%)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