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고,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게 기각 사유다. 검찰로선 전반적으로 수사 내용이 부실했거나,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청와대 전·현직 인사들로 확대하려던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이다.
월성원전 1호기 의혹은 청와대 지시로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낮춘 경제성 평가 조작으로 가동을 조기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의혹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으나, 정책 판단 영역까지 건드린다는 적절성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탈원전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과제인 점이 민감성을 더하면서 집권 여당은 ‘윤석열 검찰’에 파상 공세를 펼쳤던 사안이다.
검찰 입장에서 백 전 장관 구속은 수사가 청와대 문턱을 넘는 분수령이었다. 법리상 조기폐쇄 과정에 개입한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도 백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직권남용의 공범인 때문이다.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과 김수현 전 사회수석 등도 물망에 오르내린다고 한다. 하지만 영장 기각으로 수사 검찰은 물론 업무 복귀 이후 직접 사건을 챙긴 윤석열 총장도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당장 민주당은 정치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국가 정책 방향성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공직자는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사 동력이 떨어지겠지만 검찰은 이미 구성한 범죄 얼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영장 기각 이후 "더욱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불법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고, 야당 요구처럼 진실규명에는 한 치의 물러섬이 있어선 안 된다. 하지만 그 경계가 불분명한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무리한 수사는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