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사건 관계인들을 인간이 아니라 척결 대상으로만 취급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편에 섰던 심재철(52) 신임 서울남부지검장이 9일 취임사를 통해 "검사는 직접 수사와 구속보다는 인권보호와 공소유지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취임사에 따르면, 심 지검장은 남부지검 구성원들을 향해 "인권 중심으로 우리(검사)들 생각의 큰 흐름을 바꾸는 사고의 대전환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심 지검장은 취임사에서 수사, 구속, 정의의 의미를 되물었다. 그는 "우리는 수사를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나쁜 놈에게 벌을 주는 맘껏 휘두를 수 있는 칼'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본질적으로 인권침해 행위인 수사는 절제돼야 한다"고 운을 뗐다. 구속에 대해선 "구속을 검사의 실적과 능력평가의 중요 기준으로 삼아 왔지만, 구속을 실적으로 삼고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모욕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의에 대해서도 "과잉된 정의에서 먼지털이식 수사, 별건 수사 등이 시작된다"며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게 되고 오히려 거짓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절차적 정의에 만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지검장은 그러면서 그간 검찰의 과오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앞으로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과잉된 검찰권의 개입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고, 선택적 개입으로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도 있다"며 "모든 경우를 수사의 잣대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또 "(사건관계인들을) 인간이 아니라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만 취급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검사는 직접 수사하기보다는 수사를 통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공소 유지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지검장은 특히 "검찰 내 군대식 문화를 혁신하자"고도 말했다. 그는 "자유로운 복장으로, 격의 없는 자세로 대화하고 만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얼마든지 법령에서 보장하는 지각, 조퇴, 연가, 장기 연가, 재택근무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거치면서 윤 총장과 대립해온 검찰 내 대표적 '친정권' 인사로 꼽힌다. 그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뒤 7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통해 법무부 검찰국장에서 남부지검장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