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취임 이후 짧은 기간 동안 국회와 법조3륜(대법원장, 검찰총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예방한 데 이어, 9일에는 박범계 법무장관과의 첫 만남도 가진 것이다.
특히 박 장관과는 이례적으로 만찬도 함께 했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 철학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사이인 만큼, 다른 기관장과의 회동보다 좀 더 구체적인 논의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은 이날 오후 5시30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찾아 박 장관을 예방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두 사람의 회동에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명균 공수처 정책기획관이 배석했으며, 이후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 처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박 장관을 만나느냐’라는 질문을 받자 “저녁 때 뵙기로 했다. 시간이 되면 (만찬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의가 이어지자 이날 오후 공수처 관계자는 “김 처장과 박 장관이 우선 법무부에서 만난다. 이후 만찬이 이어질지는 유동적”이라고 했으나, 김 처장의 예고대로 일정이 진행된 셈이다.
김 처장의 광폭 행보는 취임 엿새째인 지난달 26일 국회 방문으로 시작됐다. 국회의장과 각 정당 대표들과 면담을 가진 뒤, 이튿날엔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 같은 달 29일엔 김명수 대법원장을 각각 예방했다. 전날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찾아 비공개 접견을 가지기도 했다. 약 2주라는 기간 동안 법조계의 주요 기관장을 모두 만난 뒤, 마지막으로 박 장관과 회동한 셈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박 장관도 취임 초반이라 여러 일정이 있어, 이를 고려해 예방 날짜를 조율하다 보니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순서상으론 박 장관이 맨 마지막이지만, 만찬 일정까지 고려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김 처장이 박 장관과의 만남에 가장 무게를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처장이 박 장관과 만나 검찰개혁과 공수처의 역할에 대해 얘기하고, 박 장관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시간을 가지려 했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한편, 김 처장은 공수처 검사 선발과 관련, 여야에 인사위원 추천을 요청한 데 대해선 이날 “아직은 추천이 없다. (추천기한인 16일까지) 가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