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낙동강 전선(戰線)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여당(더불어민주당)은 당규까지 바꿔가며 성추문으로 재임 중 불명예 퇴진한 시장 자리를 되찾기 위해 배수진을 치고 있다. 야당 역시 지난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내준 텃밭을 회복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시장 본 선거에 출마한 적이 없는 인물들 중에서 시장을 간택해야 하는 상황이 함께 전개되면서 시민들의 기대와 우려도 엇갈리고 있다.
부산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3월 치러야 하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지역의 민심을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적 성격이 강하다"고 말해 이번 선거는 광역단체장 선거를 넘어 대선의 풍향계 역할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산은 여당에게 노무현과 문재인 전·현직 대통령을 배출할 당시 중요한 정치적 요충지였다. 야당에게는 더 '아픈 손가락'이다. 2018년을 빼곤 1995년 민선 지방선거 이후 단 한 번도 시장 자리를 내 준 적이 없는 전통적 보수 텃밭으로 손꼽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견 초미의 관심은 가덕도 신공항에 모아진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화력을 가덕도로 쏟아 붓고 있다. 잇따라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앞다퉈 약속하면서 지역 표심 잡기에 '올인'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오후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들을 비롯한 국회의원과 부산·울산·경남지역 위원장들이 가덕도를 찾아 신공항 건설을 촉구했다. 이들은 "부·울·경 메가시티와 동북아 물류 허브도시를 만들기 위한 핵심 기반시설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오는 26일 국회서 꼭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선 지난 1일에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도 같은 장소에서 신공항 건설을 약속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지역 국회의원 등이 함께 같은 현장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적극 지지하며, 가덕도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여야 합의하에 처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간 가덕도 신공항을 떨떠럼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이던 당 지도부의 노선과는 다른 행보였다.
자영업자 이종석(50)씨는 "뽑을 당을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신공항뿐만 아니라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산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이 이번 선거를 판가름할 '마스터 키'는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각 당이 사활을 걸고 이번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욕심 때문에 중요한 많은 지역 현안이 매몰되고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부산 토박이인 이모(75)씨는 "신공항도 중요하지만 신공항 프레임에 묻혀 정작 중요한 지역 발전을 위한 현안들이 빛을 바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각 당의 예비후보들은 본 시장 선거전 진출을 위한 경쟁으로 분주하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김영춘 전 국회사무총장과 박인영 시의원(전 부산시의회 의장),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 대행 3명이 당내 경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종 후보는 다음달 6일 결정된다.
지난 6일 본 경선 진출자를 가린 국민의힘에서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이언주 변호사,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박민식 전 국회의원 4명이 다음달 4일 확정될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들 후보들은 단 한 명도 부산시장 본선에 나간 적이 없다. 김영춘 후보와 박형준, 박민식 후보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적이 있지만, 나머지 후보들을 포함해 모든 후보가 부산시 전역을 선거구로 한 지방선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세대교체'와 '구태정치 청산' 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역 공무원인 최모(38)씨는 "기존 정치 행태와는 결을 달리하는 인물들이라 행정에도 새로운 시도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검증과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시민 박상수(51)씨는 "누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에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한 번이라도 시장 선거에 나왔거나 시장을 했던 경험 있는 후보라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의 유권자수는 지난 21대 총선 기준으로 295만6,63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