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수장 일론 머스크의 입김이 게임스톱을 지나 비트코인에 닿았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거금을 투자한 것을 넘어 비트코인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히자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순식간에 5,000만원을 넘어섰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9일 오후 3시쯤 5,000만원을 넘겨 오후 3시 40분 현재 개당 5,03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하루 만에 1,0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이는 8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고 공시한 영향이다.
테슬라는 이날 공시에서 "현금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을 더욱 다양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입했다"며 "향후 자산의 일부를 디지털 자산에 더 투자할 수 있으며, 우리의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 10위 안에 드는 기업인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것을 넘어 활용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폭발적으로 치솟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초만 해도 개당 가격이 1,500만원대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은 12월 들어 증가폭을 키우더니, 올해 초 4,800만원 턱밑까지 무서운 속도로 질주했다. 두 달 만에 무려 3배가 넘는 가격 상승이 이뤄진 것이다. 이후 비트코인은 3,100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조정기를 거쳤지만, 1월 말부터 다시 조금씩 오름세를 타고 있었다. 이번 테슬라 투자 소식이 가격 상승세에 불을 댕긴 셈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이어진 각종 유명 투자자들과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에도 쉽사리 움직이지 않던 전 세계 개인 투자자들이 이번에 대거 비트코인으로 몰린 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컸다.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주식시장 전체가 출렁일 정도로 머스크는 현재 경제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다. 특히 지난달 시작된 '게임스톱 사태'에서는 머스크가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미국 증시 역사에 남을 만한 사건에 일조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비트코인 사랑'은 유명하다. 대표적인 가상화폐 옹호론자로 알려진 머스크는 지난달 말 자신의 트위터 소개란에 '#비트코인'이라고 쓴 뒤 "돌이켜보면 불가피했다"는 메시지를 써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견인했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서도 "현시점에서 비트코인은 좋은 것"이라고 언급하며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번엔 비트코인에 대한 믿음을 말이 아닌 직접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이날 테슬라 발(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국내외 관련 주도 함께 급등했다. 미국에선 일찌감치 비트코인에 투자해왔던 소프트웨어 개발사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29%나 주가를 띄웠으며 라이엇 블록체인(40%)과 페이팔, 스퀘어 등도 주가가 급등한 채 장을 마감했다. 우리나라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특히 가상화폐 관련 테마 업종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 비트코인 관련주로 꼽히는 위지트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우리기술투자(14.6%), 비덴트(6.4%), SBI인베스트먼트(3%) 등도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