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전력만으로 공장을 가동하는 'RE100'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국내에서 처음으로 100% 친환경 전력으로 공장 운영에 나선 기업도 나왔다. 일부 기업에선 공장 부지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자체 친환경 전력 생산량까지 늘려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용 분리막 제조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올해 필한 전력량의 100%를 친환경 전력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그동안 일부 전력을 친환경 전력으로 사용하던 사례는 있었지만, 100%를 친환경 전력으로 도입한 건 SKIET가 처음이다.
SKIET는 한국전력에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구매하는 프로그램인 '녹색 프리미엄' 입찰에 참여해 8일 최종 낙찰 받았다. SKIET는 '녹색 프리미엄'으로 구매한 전력을 충북 증평과 청주의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공장 등 국내 사업장에 사용할 계획이다. SKIET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서 1월에 사용한 전력량까지 소급해서 구매했다"며 "올해 국내 사업장에서 쓰는 전력 100%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큐셀과 LG화학도 '녹색 프리미엄'을 통해 친환경 전력을 구매했다. 한화큐셀은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 중 최초로 국내 사업장의 RE100을 선언했고, LG화학은 여수 특수수지 공장, 오산 테크센터는 RE100 전환 달성, 청주 양극재 공장은 전력 사용량의 30%를 친환경 전력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한화큐셀은 공장의 유휴부지를 활용한 자체 친환경 전력 생산량도 늘릴 계획이다. 한화큐셀 진천공장에서는 주차장과 옥상을 활용해 각각 1MW, 5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옥상에 2MW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방침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친환경 전력 사용량을 늘리는 것은 고객사와 투자자들이 탄소국경세 등의 환경 규제에 대응해 요구 수준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2023년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3국에 수출하는 철강, 석유, 배터리, 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만 한 해 약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를 탄소국경세로 지불해야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 업체들 중에서는 납품 계약을 체결할 때 친환경 전력만 사용한 부품·소재를 사용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며 "앞으로 선진 시장의 환경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국내 업체들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는 SKIET의 경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투자 트렌드에 맞춰 선제적으로 친환경 경영을 어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각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앞으로 친환경 전력 사용 확대를 공언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LG화학은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이자 최우선 경영과제로 삼아, 모든 사업영역에서 구체적 실행 전략을 수립하고 재생에너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철 한화큐셀 사장은 "적극적인 ESG 경영을 통해 친환경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을 거듭나겠다"고 밝혔으며, 노재석 SKIET 사장은 "환경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친화경화를 이뤄 실천적 ESG 경영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