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현지시간) 주교황청 외교단을 대상으로 한 신년 하례식에서 한반도 상황을 특별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과 이에 따른 한반도 정세 변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데서 나온 것이라 눈길을 끌고 있다.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이날 교황은 연설에서 지난해 6월 발생한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을 언급하며 "한반도에서의 (남북) 관계 악화를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동안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해왔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줄 것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이어 10월에는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친필 메시지도 전달했다.
또 지난해 12월 새로 부임한 추규호 주교황청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항상 기도한다"고 밝혔다.
이날 180여개국의 주교황청 대사가 모인 신년 하례식에는 추 대사도 참석해 교황과 새해 인사를 나눴다. 추 대사는 "교황께서 평소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 주신 데 대해 문 대통령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했고, 교황은 "고맙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특히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를 여러 차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구금된 정치인들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며 "수십년 동안 이뤄진 민주화의 길이 지난주 쿠데타로 갑작스럽게 가로막혔고, 그 과정에서 몇몇 지도자들이 체포됐다"고 언급했다.
교황은 이어 "국가의 선을 위해 진솔한 대화를 고무하는 차원에서 그들이 즉시 석방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또한 교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보건·사회·경제 위기와 기후 변화, 이민자·난민, 테러리즘 등 지구촌의 다양한 이슈들을 두루 돌아보며 그 대응을 위한 인류의 단합과 연대를 촉구했다.
신년 하례식은 당초 매년 1월 초 진행됐으나, 최근 교황이 지병인 좌골신경통이 재발해 교황청은 공식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