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윤석열이 수사' 하성용 전 KAI 대표, 1심서 대부분 무죄

입력
2021.02.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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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호 서울중앙지검'의 첫 기업비리 사건
핵심 혐의는 분식회계... 법원 "증거부족, 무죄"
일부만 유죄 판단... 징역 1년 6월에 집유 2년

분식회계와 채용비리 등 10여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된 하성용(70)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가 8일 1심에서 대부분 무죄 판결과 함께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10월 기소된 지 3년 4개월 만에 나온 1심 판단이다.

이번 판결로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이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으로선 다소 체면을 구기게 됐다. 윤 총장이 그 해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이후, 처음으로 칼을 빼 든 대형 기업 비리 수사가 바로 KAI 의혹 사건인 탓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미리)는 이날 하 전 대표의 혐의들 가운데 일부 업무상 횡령과 업무방해만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3~2017년 KAI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그에 대해 검찰이 적용한 분식회계와 협력업체 지분 차명보유, 채용비리(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이 가운데 핵심 혐의는 총 5,000억원대 분식회계였다. 검찰은 “경영성과 포장을 위해 사업 진행률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며 하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일부는 회계처리가 관련 기준을 위반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나머지는 회계기준에 반하더라도 피고인이 분식회계 공모를 했다고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유죄가 인정된 부분은 △2013~2017년 회삿돈으로 구입한 상품권 1억8,000만원 상당의 개인적 사용(업무상 횡령) △2013~2016년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관련 업무방해 등에 그쳤다. 재판부는 “공채 과정에서 내외부 인사의 청탁에 따라 일부 지원자의 채용 여부가 변경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했고, 법인 자금으로 산 상당한 양의 상품권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범죄 전력이 없고, 부당채용 관련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개인적 이익을 취한 바 없으며, 이미 이 사건으로 1년여간 구금 생활을 한 점을 고려했다”고 집행유예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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