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효능 논란에 "중증 막는 것도 중요한 역할, 나쁜 백신은 없다"

입력
2021.02.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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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순서 돌아오면 어느 백신이든 맞겠다"


2월 중순이 다 돼가는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공급과 접종 일정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방역당국이 러시아 백신 확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현재까지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계약했거나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등 5곳 제조사 이외에 다른 백신을 도입할 가능성을 내비친 건 처음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열린 대국민 백신 특집 브리핑에서 “변이 바이러스나 백신 공급 이슈 같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 백신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며 “러시아 백신 등 모든 다양한 백신들을 후보에 두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 백신 도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약이 검토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연구진은 자국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Ⅴ’의 3상 임상시험을 중간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고령자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91.6%에 달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학술지에 발표했다. 스푸트니크Ⅴ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일 허가 결론

러시아와 중국 백신에 대해 그 동안 방역당국은 도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백신 공급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빨라지자 부담감을 느끼고 다른 백신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 백신을 승인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다.

정은경 청장은 또 “아스트라제네카와 개별 계약한 코로나19 백신 75만명분의 공급 일정이 이달 마지막주로 확정돼 유통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질병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오는 24일부터 수일간 순차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 자문을 진행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마지막 단계인 최종점검위원회를 거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허가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함께 배석한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성 측면에서 고령자와 젊은 사람이 다른 양상을 보이지 않는데, 65세 이상에 대한 효과 측면에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결국 약 2주 뒤 백신이 들어오는데 아직 접종 대상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기구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해 들어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약 6만명분은 2월 중순 이후 공급될 거라고만 코박스 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11월까지 전 국민의 70%에게 백신을 맞혀 코로나19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방역당국으로선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어느 백신이든 무조건 맞아야"

방역당국이 이날 브리핑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면서 일반 국민들의 질문에 전문가들과 함께 직접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백신 공급이 더딘 상황에서 집단면역 형성 목표 시기를 맞추려면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백신이 효과가 있을지를 우려하는 질문에 대해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영국발 변이는 현재 개발된 백신들이 충분한 방어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에 대해선 방어능력이 낮아진다고 보고됐다”면서도 “백신이 감염 자체를 막지 못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는 걸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서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입을 모아 당부했다. 남 교수는 “순서가 돌아오면 종류 상관 없이 백신을 맞을 것”이라며 “국내에 도입될 백신들은 좋고 나쁜 걸 판단하기 어렵고 어느 백신이든 안심하고 맞아도 된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